바람이 가을 가을하다. 여름의 뜨거운 바람에서 펄럭이는 현수막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9월 말이다. 그렇지만 고민이 생겼다.
'그럼 나는 또 가을에는 뭘 입지?'
그렇다. 옷을 사야 했다. 정확히는 가을 바지를 사야 했다. 뭐 지금 입는 청바지를 대충 겨울까지 버틸 수 있거나, 계절감을 좀 어긋나게 입어도 직장인은 그럴 수 없지 않은가? 늘어난 허리를 탓하면서 모처럼 광주로 혼자 바지를 사러 갔다.
평상시는 광주나 용산에 가서 가끔 구매했는데, 광주는 터미널 신세계 백화점에 있던 매장이 사라져서 버스를 타고 롯데백화점에 갔다.
혼자서 어딜 가는 것은 상관없어도 결과적으론 집보다는 생산적인 것 같아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탔다. 도착 후 터미널 영풍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시내버스를 타고는 광주 롯데백화점에 갔다.
보통 남자 쇼핑이란 심플하다. 가서 평범한 바지를 고르고, 사이즈를 골라서 입어보고 바로 구매한다. 특히나 나는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어서 순식간이다. 이렇게 몇 개월 입을 바지를 구매하고는 점심을 지하 식당에서 먹었다.
사실 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냄새에 민감해진다. 예를 들면 2층쯤 있는 향수 같은 분냄새나 지하에 있는 푸드코너의 맛냄새들. 그 자체로 백화점에 온 기분이고, 묘하게 식욕도 급 상승했다. 확실히 빠진다는 느낌으로 홀리듯이 먹고 싶었던 라멘을 골랐다.
라멘은 돈코츠 라멘 중에서도 매운맛을 골랐고, 그냥 국물과 면만 먹기 심심할 듯해서 고로케도 주문했다. 아마도 이른 시간에 첫 손님. 아직은 여유가 보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뭔가 지하층에서혼자 먹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푸드코너 특징일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백화점이라고 해도, 결국은 여느 시장에서 먹는 음식과 같았다. 아마 주위의 소음 때문에, 딱 먹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먹는다.'라는 마음으로 어느 자리가 생기면 앉아서 먹기 바쁜 것은 백화점이나 시장이나 같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만 분주함 속에서 기본맛은 보장된다.
일단은 국물을 떠먹고, 휘휘 면과 야채를 섞어서 후루루 입으로 빨아들였다. 특유의 느끼하지만, 진한 육수의 맛은 매운맛으로 한층 맛을 올렸다. 그리고 나에게는 여분의 고로케가 있었다. 매콤한 국물과 부드러운 튀김은 그 자체로 상성이 좋은 메뉴였다. 그리고 국물과 면과 고로케의 변주가 참 조합이 좋았고, 더 먹고 싶어지는 짭조름한 맛이었다.
아마도 내가 살이 쪄서 바지를 사러 온 것이 아니었다면, 사이드 메뉴를 하나 더 시켜도 좋았을 것 같다. 다만 그건 겨울에 허리 사이즈가 줄어드는 것을 봐서 생각해 볼 문제 같긴 하지만. 다음에 올 기회에는 하나 더 추가해서 먹었으면 좋겠다. 가을 가을한 이 계절에 라멘 하나정도는 상관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