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Sep 15. 2024

샤브샤브 볶음밥이 매력 있네

남원 <등촌샤브칼국수>에서 누군가와 점심 먹기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식사는 해요~"


  간혹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나, 나의 외모만 보고 판단하기를 식탐이 많을 것 같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주로 올리는 글이 음식 이야기고, 외모는 토실토실하니 과자를 달고 있을 관상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식사를 잘 하지 않는 1일 1.5식을 한다. 그래서 아까 같은 말을 점심 무렵에 종종 듣는다.


  아침은 굶고 빈 속에 카누를 두어 잔 마시면서 이른 시간부터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점심은 햇반에 고추참치 아니면, 과자에 믹스 커피를 마시면서 자리에 앉아서 일을 했다. 가끔 그런 말을 듣고는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것이 습관이 들어야 할까 싶어서 몇 번 따라나서기도 했지만, 대강이라는 식당 빈곤 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점심은 짧게 그리고 사색을 좀 길게 하는 2년을 보냈다. 게다가 2년 전에는 코로나였고, 휴직 기간도 있었으니 사실상 타인과의 점심은 365일 중에서 60일이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9월 2일로 인사가 나면서 자리를 옮겼다. 집에서 가까워서 좋아졌지만, 문제는 점심에 나가서 먹을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시내와도 가깝지만, 근무지가 지리산과 가까운 관광지라서 꽤나 맛집이 많은 지역이었다. 전에 있던 곳에서는 중국집만 하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제는 나가도 선택도 고민이 되는 것이 좀 난감하다.


  그래도 명절 직전에 팀원들과 식사를 어찌 거절하겠는가. 눈치껏 나가서 자리에 앉아서 먹는 시늉을 해야 했다. 내심 인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업무의 피로로 눈을 감고, 조용하게 사무실에서 쉬고 싶었으나 그건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도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 테지.

  기왕 먹는 것이라면 맛난 것을 먹자며 고른 것이 샤브샤브다. 육모정을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전날 먹은 술도 해장할 겸 얇게 썰린 소고기를 팔팔 끓어가는 육수에 마구 넣었다.

  조금은 얼큰할 것 같은 국물에 미나리에 느타리버섯에 시뻘건 고기까지 휘휘 저어가면서 익기를 기다리고 건져 먹는 재미가 샤브샤브인데, 나는 왜 오히려 칼국수가 기대가 되었을까? 아마 시원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면을 넣기 전에 순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밀가루 특유의 맛이랄까? 함께하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자연적 얼큰함은 역시 면을 넣기 전이 최고니까.

  그런데 같은 식당 저 멀리 테이블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이 즐겁게 식사를 하며, 마주친 눈으로 인사를 했다. 불과 어제 환송식을 해서 함께 술을 건배했건만, 소속이 다르니 친해도 함께 먹는 사람들이 우선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긴 다 먹고살자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 소속으로 묶여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시도 물도 수저도 챙겨주는 어색함이 살짝 조심스럽다.

  그러한 어색함 속에서도 결국은 서로의 이야기를 끊어지지 않게 칼국수 면처럼 풀어내고 있는 서로에게 샤브샤브는 어떤 맛일까? 점심이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칼국수를 넣으니 식어버린 냄비를 다시 불을 올렸다.


  살짝 끊어진 대화에서 과연 우리들은 친해질까 싶으면서도 빨리 먹고 사무실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추석 연휴를 생각했다. 인사 이후에 정리 못한 일을 틈나는 때 나와서 해야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휴가가 있는 사람도 있고, 신규자 교육을 가는 사람도 있고, 어찌 일을 할지 걱정하는 나도 함께 칼국수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 밥을 먹을 거면서, 또 일을 할 거면서 걱정이 많은 나였다. 그리고 이미 배가 부른 상태로 볶음밥이 들어갈까 싶었는데, 고슬고슬한 계란 볶음밥 두 숟가락에 행복했던 나를 보니. 역시나 먹고살려고 사는 거라면 일단 점심은 먹어야겠거니 하면서 한 숟가락을 더 뜨고 나왔다. 걱정은 머리가 하지만, 먹는 따로 노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