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바다에 두고 온 것을 찾으러 가련다
하루에 만보를 걷기 시작한 지도 40일이 되어 간다. 항상 헐렁한 유니클로 옷을 입고 다니다가 입을 수 있는 셔츠기 았을까 싶어서 가을맞이 옷들을 개시했다. 셔츠를 바지에 넣어서 단정하게 입고 나가니 혹시 어디 가느냐는 말을 간혹 듣게 된다.
사실 '그 정도로 별로였나?' 싶지만, 올해는 92kg을 찍어버린 후로는 옷이라면 그냥 걸치고 다녔다. 마냥 흐르는 땀에 깔끔하게 입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가 되었던 것 같다. 어느덧 내가 7월쯤에 다짐한 몸무게도 되어 가고 있고, 아마 연말에는 옷장에 넣어둔 코트나 정장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무더운 늦여름을 보내고서 매일을 만보를 걷다 보니, 나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024년에는 그럴 틈도 없었고, 올해는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리고는 연말이 두 달 정도 다가오자.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요즘처럼 바쁜 시기도 없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던 적도 없었다. 참 열심히 살았고, 두 달은 일에 빠져 살고, 못 만났던 사람들도 시간을 내서 만날 생각이다. 약속만 하고 아직 밥도 대접 못한 사람들 너무 많다. 또 내년이 감사가 있는데, 서류 정리가 미흡한 것도 제법 있어서 차분하게 정리하다 보면 차가운 겨울이 올 것이다.
하루를 금같이 보내고 있다.
매일 같이 만보를 걷고 있고, 직장 생활에서도 열심히 생활하고, 후배들에게도 무엇을 알려주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차분하게 살도 빼고 있고,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연말에는 종은 정장 하나를 구매해서 입어 보려고 한다.
그렇게 12월의 말이 오면, 훨씬 깔끔해진 모습과 차림으로 다시 동해를 갈 생각이다. 손꼽아 기다린 그날에는 작년 겨울에 두고 온 것을 찾으러 가겠다. 의미 없는 약속의 구속도 사라진 지금. 이제는 작년에 놓고 온 것을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심 그날이 기다려진다.
12월 말의 동해를 기다리면서 오늘도 나는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