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남도수산>에서 친구들과 고소한 겨울맛 느끼기
40대가 되면서 한 해를 마무리를 누구와 하면 즐거울까? 막연하게 직장 회식이 떠오르는데. 우리 솔직해져 보자. 아니지 않던가! 가족이라 말하는 유부남들 속마음 아니지 않던가? 매일 가족보다 자주 보는 직장 동료는 점심으로 충분하고, 가족은 따스하지만 재미는 없다. 그래서 나는 12월 20일 기차를 탔다. 천안으로 가는 상행선을 말이다.
11월 초 정도에 잡은 스케줄이었다. 메뉴는 항상 먹던 소고기가 아니다. 겨울이라서 대방어를 먹자는 이야기가 단톡에 나왔다.
회중에서 기름이 꽉 찬 대방어는 보통 계절을 따지는 미식가들에게는 '봄은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엔 전어, 겨울에 대방어'라고 하면서 찾아 먹는 메뉴이다. 제철이라는 것은 그만큼 맛도 좋지만, 비싸기도 하다는 것이기에 평소에 먹던 소고기를 포기하고 먹는 사치겠지만, 계절보다 모이기 힘든 우리가 먹기에는 무리가 없기도 했다.
천안아산역에 내려서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일 마치고 돌아올 친구와의 약속을 잡은 남도수산까지 걸어갔다. 할 이야기는 많았다. 어떻게 만나서 그리 수다스러운지. 무거운 주제를 술술 풀어냈다.
이른 시간인 4시에 도착해. 대방어 중짜리를 시켜놓고, 시원하게 소주를 짠 했다. 기름진 것 같지만, 김에 싸 먹고, 초장에 찍어 먹고, 야채무침도 함께 먹었다. 느끼하다는 평이 있어도 이것저것 함께하면 그것도 아니게 된다. 마치 혼자 마시면 많을 소주도 나눠 먹으니 별 거 아닌 것처럼.
아마도 대방어를 먹는 우리의 모습은 겨울잠을 대비한 곰들의 먹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두툼하게 썰린 대방어 회에 소주를 마시는 기분이라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게 부족했는지. 고등어회 반마리에 소주를 더 부르고, 해물파전에 마무리 못한 소주를 더 먹기 위해 낙지볶음에 잘 비빈 소면을 야무지게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해장라면.
얼마나 먹을지 몰랐는데. 돌아보니 야무지게 먹은 주말이었다. 함께 30년은 지켜본 인연이 이렇게 이어진 것도 신기하지만, 삶의 무게로 너덜너덜해졌을 가슴속 묵은 답답함을 소주 네 병으로 날릴 수 있다면 가성비 좋은 만남이겠지?
이렇게 헤어지면 또 언제를 만날지 기약하기 어렵지만, 계절이 변하는 시기가 되면, 또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20일 밤은 지나가고, 2026년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