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이대째 순대국밥>에서 식사를 하다
평균 나이 40세 동기 단톡방에 뜬금없이 순대국밥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도 묵직한 동기 큰 형님이 꺼낸 말이라서 그럴 것이다.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 마시면 좋겠다."
바로 남원에 순대국밥 맛집을 하나씩 말하면서 어디가 좋을지 생각했지만, 사실 연초에 혼자서 순대국밥에 소주를 반주로 먹을 일은 동기들 중에서는 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새해의 초반에 마음속에 순대국밥 한 그릇을 품고는 결국에 나는 일요일에 운동 겸 나간 밤에 국밥집을 들어갔다.
토요일은 휴무인 곳이고, 일요일 한참 누워 있다가 다섯 시 반에 간 식당에는 이미 커플 손님 두 테이블에 매운 족발을 뜯고 있는 중년의 단체 손님으로 각 테이블마다 소주 한 병은 비어 있었다.
"순대국밥 하나요."
그 말에 테이블에 반찬이 올라오고, 나는 그 틈에 초장이 담긴 용기를 얼른 챙겨 왔다. 그리고 유튜브를 틀어서 요즘 하는 드라마 스트리밍으로 나온 <무인시대>를 보면서 국밥이 나오길 기다렸다.
소주를 한 병 부르려다가 운동하겠다는 처음의 목적을 생각하고는 느긋하게 국밥을 기다렸다. 사실 느긋하게 기다릴 틈도 없이 나오는 국밥이다. 내용물이라고는 파와 국물과 들깻가루뿐인 뜨끈한 국밥이 금방 나오니까. 오히려 열기를 한숨 죽일 겸 부추를 넣고,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가면서 입으로는 청양고추를 한 입 된장을 찍어 먹는다.
적당한 맵기다. 청양고추의 얼얼함과 이후에 한술 뜨는 국밥의 뜨근함이 얼큰함을 더해주니까. 너무 매운 고추보다는 뜨거운 국물이 더해진 알싸함이 더 매력적인 고추.
구수한 매력을 가진 국물과 쫀득거리는 건더기를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것은 역시 소주를 불렸다. 하지만 난 참았다. 어쩐지 오늘은 아니라는 느낌이라서? 소주가 생각난다는 큰형을 생각하며, 사진을 이쁘게 찍고는 단톡방에 올렸다. 역시나 폭발적인 반응의 태도에서 우리 동기들이 한 번은 모여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새해 국밥에 반주는 일단 언제일지 모를 그날을 위해서 남겨 두었다.
그렇게 나의 뜬금없는 국밥 먹방은 마무리되었지만, 나중의 계획적인 단체 먹방을 기대하면서 빈 그릇을 남기고 난 운동을 떠났다.
매일 나는 만보를 걷은 남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