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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우석 Jan 10. 2020

'글럼프'에 대하여

브런치 작가로 쓰는 첫 글에 관한 소고

브런치에 계정을 만들고 작가 신청을 하고 나니, 이제 또 글을 쓰겠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정작 작가 선정 메일은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며칠이 지나니 당연하게도(?) 나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안내에 따라 프로필을 작성하고(맘에 들지는 않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제목의 색은 초록색으로 정했다. '슬기로운 감방생활'에서 법자가 말하길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색이 바로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 몇 해 전 블로그에서 활발한 글쓰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블로그를 운영하기 몇 해 전에는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글쓰기를 했다. 그리고 그 페이스북과 블로그는 지금, 과거의 글들만 남은 채 방치되어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또 '브런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글을 쓰려는 것일까.


글을 쓰기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마법처럼, 글은 쓰기 시작하면 술술 써진다. 이를테면 편지 같은 거다. 편지를 쓰기 전에는 어떻게 시작할까, 무슨 말을 할까, 에이 그냥 쓰지 말까 하다가 '아무개야'라고 부르는 말을 쓰는 순간부터는 무아지경으로 펜이 움직인다. 한 장이 두장이, 그리고 세장이 된다.


문제는 글을 쓰는 사람이 본인의 글 쓰는 텐션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영화나 스포츠 같이 특정 카테고리에서 주제를 찾아 글을 쓰는 경우에는 그 분야에 대한 열정까지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과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이 함께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항상 글쓰기에 슬럼프가 왔다. 예전에 나는 이걸 '글럼프'라고 명명했고, 이 슬럼프가 끝나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지는 경우에는 '나의 글럼프는 이제 끝이 났다'는 취지의 글을 매번 쓰곤 했다. 지금도 쓰고 있고.


글럼프의 원인은 뭘까, 가장 큰 건 '귀차니즘'이다. 글을 쓰려면 약간 긴장을 하고 각을 잡고 어떤 식으로 글이 흘러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후에 타이핑이든 뭐든 또 물리적인 기록 행위를 해야 하는데, 사실 그 시간에 그냥 누워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몸을 맡기면 편한 것이다. 그래서 글을 뒷전으로 미룬다. 그다음은 '욕심'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나는 글에 욕심을 낸다. 글이 내 맘에도 들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맘에도 들었으면 좋겠고, 김칫국으로 이게 나중에 출간이 될 수도 있는데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다 보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별론데 요건 내 맘에 안 드는 글이네?


요컨대 이런 이유들로 나는 또 오랜 글럼프를 겪었다. 새해는 또 지킬 수 없는 약속과 다짐을 하는 맛이 있기 때문에 산뜻한 마음으로 그리고 또 플랫폼을 바꾸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2020년의 나는 꾸준할 수 있을까, 꾸준하지 못할 수 없도록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브런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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