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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우석 May 09. 2020

천변의 자기소개서 팁(2)-각론

단어를, 용어를 소중히 생각할 것

https://brunch.co.kr/@woosswooss/18


자기소개서 팁 두 번째 글, 각론을 한 개로 끝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나 개인적으로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며, '이것만은 안돼'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어 이를 공유한다. 총론은 위 링크를 참조.


"변호사님은 법정 드라마를 보세요?"는 다소 어색한 사람들과의 캐주얼한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요즘에는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워낙 많기 때문에 더 그렇다. 늘어나는 변호사 수에 맞게 드라마도 늘어나는 것이 신기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본다. <비밀의 숲> 같은 경우에는 내 마음속 한드 올타임 넘버원을 다투는데, 이는 사실 스릴러 수사물이지 법정 드라마라고 볼 수 없다 생각하지만(재판 씬이 1개임) 얘를 포함한다고 해도 내가 본 법정(이 나오는) 드라마는 이거 하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뭘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잘못 사용되는 '용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을 통틀어, 적어도 내가 한 번이라도 본 프로그램 중에는 '변호사'와 '대리인'과 '변호인', '원고'와 '피고'와 '피고인'이라는 용어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확하게 사용한 작품은 단언컨대 '없었다'. 한두 번은 그냥 거슬리고 말지만, 아무리 극 중이라도 변호사 검사 판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진지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위화감과 민망함을 못 참고 채널을 돌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그 사랑스러운 비숲마저도 피고와 피고인을 혼동하여 잘못 사용했다. 물론 비숲은 옥에 티 한 번 정도는 익스큐즈 될 만한 작품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농구를 예로 들자면, 페네트레이션(penetration)을 페넌트레이션(이건 야구에서 페넌트 레이스와의 끔찍한 혼종이다)이라고, 드라이브 인(Drive in)을 드라이빙이라고 칭하는 해설이 아직도 있다. 투 포제션(possession)을 투 포지션 이라는 자막으로 꾸준히 표시하던 프로그램도 있었다(끝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농구를 사랑하기에 참고 시청하지만, 떨어지는 이해도에 관한 실망만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요컨대, '용어'다. 나는 자기소개서에 사용하는 용어의 엄밀함이, 자기소개서의 지엽적인 부분 중 가장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것이 직무와 관련된 것이면 더욱 중요하다. 어중간하게 주워들은 쓸 만한 용어를 사용하여 직무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지만 실제로 그 사용은 인사 담당자에게 한몫의 부끄러움만 남기고 마는 것이다. 그 순간, 그 아래줄로 읽는 사람의 눈이 내려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거대한 욕심이다.


쓰고 싶은 용어가 있다면, 그 용어를 충분히 검색하고 예시 문장을 확인한다. 영어나 다른 언어로 사용되는 용어라면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확인하고 그 의미가 그대로 쓰인 것인지, 사전적 의미에서 파생되어 활용되는 용어인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어떤 용어를 쓰기 위해서는 그 용어에 대한 이해와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틀린 용어는 '무지함'으로 치환된다. 자기소개서에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것보다 최악은 없다. 그리고, 본인이 쓰고 싶은 용어가 적합하지 않다거나 유려하게 문장에 녹아드는지 애매하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쉬운 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에 맞지 않는 난도 높은 용어는 그 사람을 허세와 중이병의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하니 말이다.


브런치는 발행 전에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요즘은 대부분 웹사이트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교정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그걸 안 해보고 자소서를 제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람의 글이 '거슬릴 수 있는 요소'는 개별 단어, 용어에 있는 것이니 그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총론에서 컨셉을 잡았다면, 각론에서 정확한 용어를 적확하게 사용하기 바란다. 이를테면, 이건 지적인 수준의 문제가 아닌 정성의 문제다. 단어 하나하나 소중히 다루지 않고서야 어찌 좋은 글이 나오겠는가를 생각하면, 사실 이런 글 조차도 무의미하다. 더불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과 작가에 이르기까지 이런 '정성'에 보다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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