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슬프고도 불안하다.
아빠는 기력저하로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하신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슬프고도 불안하다.
아빠의 상태가 점점 나빠져갈수록 나는 두려웠다.
언젠가 자식과 부모는 이별하는 날이 온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날이 나에게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비현실적 이게도 나는 나에게 그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저 남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빠의 기력이 쇠하고 우리와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시고 입으로 드시는 게 거의 없어졌을 때, 나는 우리에게도 그날이 다가왔음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임상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보았음에도, 그들의 이별을 마주했음에도 내 삶 속에 대입해보지 않았던,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 이제 피할 수 없이 내 앞에 와 있었다.
아빠가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현실을 마주하니 두려웠다.
내 삶 곳곳에 스며있는 아빠라는 존재 자체의 든든함이 사라진다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버팀목이 없어진다는 것이,
우리 집의 가장 큰 어른이 부재한다는 것이,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던 아빠가 떠난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불안이고 두려움이었다.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나는
그 같은 마음을 안고 현실을 마주했다.
아빠는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을 아실까?
아빠는 기력저하로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하신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슬프고도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