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기억하세요? 여의도 벚꽃 길을 걷던 그 봄날을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걸었더라고요. 지금 그만큼 걸으라면 저도 자신이 없어요.
아빠 기억하세요? 중학교 때 아빠랑 나랑 사진관에 가서 사진 찍었던 거 사춘기 소녀였던 저는 사실 그때 진짜 사진이 찍기 싫었어요. 학교의 두발 규정에 의해 머리를 기를 수 없었던 저는 괜한 반발심에 쇼트커트로 머리를 잘라버렸는데, 그때 알았죠. 아! 난 쇼트커트는 아니구나. 제 인생의 흑역사 사진을 그때 남겼죠. 근데 아빠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봐도 아빠는 정말 잘 생기셨더라고요. 사진 찍길 잘했어요.
아빠 기억하세요? 우리 가족 다 같이 영화 보던 어느 날 영화보기 직전 카페에서 제가 아빠를 너무 웃기는 바람에 아빠가 입에 있던 커피를 언니 옷에 뿜었던 거 순간 언니는 울상이 되었고 우리는 모두 얼음이 됐었죠. 진짜 다행이었던 건 그 날의 영화가 정말 재미있었다는 거예요. 발리우드 만세 슬럼독 밀리어네어 만세
아빠 기억하세요? 운전 경험도 없는 주제에 겁 없이 인천 큰 집까지 내가 운전해서 모시고 가겠다고 했던 거 우리는 도로에 갇혔고 나는 땀을 삐질대며 반도 못 가서 집으로 돌아왔고 결국 지친 아빠는 인천까지 택시를 타고 가셨죠 근데 엄청난 소나기가 내렸잖아요. 내가 운전해서 안 가길 천만다행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아빠 기억하세요? 95년 어느 날 나랑 영화 보러 갔던 거 그때 우리가 봤던 영화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구름 속의 산책'이었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고 그때 저는 13세 초등학생이었다는 거 그 시절 제가 보기에는 그건 으른들의 영화였어요^^
아빠 기억하세요? 첫 손주 보시고 기뻐서 아빠가 사 오신 양말, 내복, 장갑들 그 장갑을 시완이가 아직도 잘 껴요.
아빠 아빠와의 추억을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해도 해도 끝없이 재미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