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이 Aug 24. 2020

제발

놓을 수 없는 것들

#

이 사람을 좀 살려주시오.

제발...

제발 이 사람을 좀 살려주시오.




#

내가 오늘 나가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일용직으로 살아가는데 일거리가 생긴 날은 나가야지 싶어서 이 사람 말 안 듣고 나간 것이 너무도 후회가 되네.

오늘은 안 나가면 안 되냐고, 쉬면 안 되냐고 했는데,

하루라도 더 벌어야지 싶어서

꿈자리가 안 좋다고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런 미신 따위 믿지 말라고 나는 아무 일 없다고 했는데

그게 자기 운명을 점치는 꿈인 줄은 모르고...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내 걱정만 했소.




#

집에 오니 거실에 이 사람이 쓰러져 있었어.

흔들어 깨워봐도 반응이 없더라고.

손발이 차고 얼굴빛이 노란게 덜컥 겁이 났지.

급하게 119에 신고를 했네.

구급대원들이 오자마자 심장을 누르며 여기로 왔다고...

그런데 아무것도 못하고...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이리 보낼 수는 없네.





#

혈압약을 복용했냐고 묻대

건강검진을 받은 적은 있냐고

뇌에 있는 혈관이 터진 것 같다고...

늦은 것 같다고...




#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아픈 줄 전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니 이 사람을 좀 살려주시오.

이렇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보낼 수는 없소.

제발 이 사람을 좀 살려주시오. 제발....

매거진의 이전글 동료에게 친절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