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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Mar 26. 2020

새댁 언니

병원 이야기

사람들은 그녀를 새댁 언니라고 불렀다.
새댁 언니가 우리 병동에 온 것은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언니는 환자가 아닌 보호자의 신분이었다.
환자는 언니의 남편이었다.


새댁 언니와 언니의 남편은 결혼 후 몇 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아이를 만들기 위해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운의 사고를 당했다.
덤프트럭이 그들을 덮쳤다.


교통사고의 상황에서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좌측으로 돌린다고 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본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행동이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당일 운전을 했던 언니의 남편은 위기의 순간 핸들을 우측으로 돌렸다고 했다.
그는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다가오는 덤프트럭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냈다.


그는 사고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머리에 상당량의 피가 고였고, 그로 인해 뇌압이 상승했다.
고인 피들은 그의 뇌를 눌렀고 심각한 뇌부종을 초래했다.
그는 의식을 잃었다.


그가 지키려 했던 그의 아내, 새댁 언니는 무사했다.

단순한 타박상은 있었지만 골절도 외상도 없었다.


두 사람이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언니의 남편은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기나긴 수술 뒤에 나온 그는 반 혼수상태였다.
언니를 알아보지 못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을 거쳐 새댁 언니의 남편은 우리 병동으로 오게 되었다.

새댁 언니는 정성으로 남편을 보살폈다.


그녀의 시부모님은 주말마다 병실을 찾았다.
시부모님이 오실 때면 언니의 얼굴은 늘 어두웠다.
새댁 언니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고, 두 분이 다녀가신 후에도 어깨는 힘없이 쳐져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의 잘못도 아닌데
언니는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 때문에
그로 인해 시작된 여행에서 생긴 사고 때문에
그리고 그 사고에서 혼자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했다.


시댁 그 누구도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늘 남편이 깨어날 수 있게 지극정성으로 돌보라는 말만을 남기고 돌아갔다.


새댁 언니의 곱디곱던 손이 부르트고 매끈하던 피부가 까칠하게 변해갔다.
그렇게 장기간의 병원 생활이 지속됐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 남편이 깨어날 수 있을까?
- 젊은 사람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지
- 아이가 없는 게 어쩌면 다행이네
- 새댁도 새댁 인생을 생각해야지

위로 아닌 위로의 말들이 가끔 언니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을 탓할 수도 없었다.
실로 많은 가족들이 가족의 질병 이후 무너지고 깨져갔다.


환자는 재활을 시작했다.
아내를 알아보는 듯 가끔 입모양을 벙긋거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언니는 늘 남편에게 말했다.

- 일어날 수 있어. 빨리 일어나서 집에 가야지

계획되었던 재활 일정이 끝나고 새댁 언니의 남편은 재활병원으로 전원 되었다.
새댁 언니도 우리와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었다.

- 꼭 일어나실 거예요.



그로부터 한참 후 새댁 언니 남편의 소식이 들려왔다.
몇몇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새댁 언니는 남편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남편의 곁에서 남편의 회복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정도로 컨디션이 회복되었다고 했다.
어떤 이는 남편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도 했다.


소문의 출처가 정확하지 않아 그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로 회복되었는지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언니의 남편이 극적인 회복을 했다는 소문이 진실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새댁 언니 부부가 힘들게 보낸 시간들이 회복되고 치유되었으면 한다.


- 그동안 잃어버렸던 두 분의 소중한 시간을 갖으셨으면 합니다.
더 많이 더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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