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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Jul 17. 2024

부추

24년 7월 17일 수요일

지난주 화요일 아침, 부추를 베러 밭으로 나갔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벌써 여름 햇살이 따갑다.

먹기 좋게 자란 부수는 올봄 뿌리 나눔을 해서 새로 키운 것들이다.

다년생이지만 부추는 삼. 사 년에 한 번씩 뿌리 나눔을 해 줘야 한다. 오래 묵은 뿌리는 엉켜 들어서 서로의 성장을 방해한다. 뿌리 나눔을 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키도 자라지 못하고 싱싱하게 자라지 못하고 끝이 노랗게 시들어 버린다. 엉킨 뿌리 때문이다.


뿌리 나눔을 해 주었던 부추잎이 싱싱하게 잘 자랐다. 작년 같으면 이미 꽃대가 올라와 질겼을 부추였다. 포기를 나누어  옮긴 수고와 엉킨뿌리에서 해방된 부추의 마음이  만나 성장한 것이다. 부추마저 없었다면 습하고 뜨거운  이 장마기간, 부모님께 드릴 변변한 것 하나 없을 뻔하였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모님은  내가 기른 것들을 좋아하신다. 문 앞에 나와 기다리던 아버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 손에 든 채소가방을 뺏어 들고서 "아이고, 무겁게 뭐 하러 이런 걸 들고 오냐?" 하시면서도, "부추가 싱싱하니 참 좋다" 칭찬해 주신다. 딸네미가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높이 쳐주시는 분은 부모님이다.  아버지는 90을 넘겼고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시다. 부추를 무쳐서 두 분과 점심을 함께 먹고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우리는 소한 것들로 긴밀해지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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