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물은 모양이 닮아서 헷갈린다.
참외모종과 비슷한 오이 모종을 바꾸어 심은 적도 있고, 며칠전에는 들깨모밭 풀을 메다가 비름인줄 알고 들깨모를 한참 동안이나 뽑아버렸다. 쌍둥이처럼 닮아 있는 초록 풀 두 개를 낡은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고서야 내 실수를 발견했다. 하마터면 뽑아낼 것을 애지중지 가꾸고, 가뀌야 할 것을 다 뽑아낼 뻔했다.
"에구, 정신 좀 차려라" 날 타박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들깨 뽑은 손등을 탁 하고 칠 수도 있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는다.
늙어버린 눈을 한탄하며 젊은눈을 부러워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살다가보면 자주 헷갈리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럴땐 멈추어서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기다린다. 그러다보면 문제라고 생각되던 것들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