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아침, 부추를 베러 밭으로 나갔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벌써 여름 햇살이 따갑다.
먹기 좋게 자란 부수는 올봄 뿌리 나눔을 해서 새로 키운 것들이다.
다년생이지만 부추는 삼. 사 년에 한 번씩 뿌리 나눔을 해 줘야 한다. 오래 묵은 뿌리는 엉켜 들어서 서로의 성장을 방해한다. 뿌리 나눔을 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키도 자라지 못하고 싱싱하게 자라지 못하고 끝이 노랗게 시들어 버린다. 엉킨 뿌리 때문이다.
뿌리 나눔을 해 주었던 부추잎이 싱싱하게 잘 자랐다. 작년 같으면 이미 꽃대가 올라와 질겼을 부추였다. 포기를 나누어 옮긴 수고와 엉킨뿌리에서 해방된 부추의 마음이 만나 성장한 것이다. 부추마저 없었다면 습하고 뜨거운 이 장마기간, 부모님께 드릴 변변한 것 하나 없을 뻔하였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부모님은 내가 기른 것들을 좋아하신다. 문 앞에 나와 기다리던 아버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 손에 든 채소가방을 뺏어 들고서 "아이고, 무겁게 뭐 하러 이런 걸 들고 오냐?" 하시면서도, "부추가 싱싱하니 참 좋다" 칭찬해 주신다. 딸네미가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높이 쳐주시는 분은 부모님이다. 아버지는 90을 넘겼고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시다. 부추를 무쳐서 두 분과 점심을 함께 먹고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우리는 소소한 것들로 긴밀해지는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