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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쓰 Jul 21. 2022

프리랜서의 일터

무소속의 운명

 

작업실에 살 때는 근무 장소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책상에 앉으면 그게 일터였으니까. 작업실을 나와 혼자 살면서는 어디서 일할지가 매일매일 고민이다. '오늘은 아침에 집앞 스벅을 가야지.', '오늘은 연희동 앤트러사이트를 갈까?',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으니까 집에서 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집에 눌러앉았다 (또) 하려던 일의 반도 못하는 내일은 꼭 아침 일찍 카페를 가야지 다짐하고, 정기적으로 마포구, 서대문구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검색한다. 

오늘은 재택근무 중인 옛 동네 언니와 마중이(마포중앙도서관)에 와서 일하고 있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의 할일 목록을 쓴 다음 노동 의욕이 (또다시) 뚝 떨어져 이렇게 블로그나 하고 있지만은...


비오는 날의 마중이


요즘 그나마 제일 효율적인 근무 방식은 아침 7시에 세수하고 모자를 눌러쓴 뒤 동네 스벅에서 3시간쯤 바짝 일하는 것.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오후에는 설렁설렁 남은 분량을 채우거나 책 읽고 낮잠도 자고 빈둥거리며 놀기. 날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다른 번역가들과 공동 작업실에서 생활할 때만 해도 성실하게 9-6를 채워 일하는 프리랜서였는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일하는 장소로 중요한 것은 1. 적당한 소음 2. 화장실과의 근접성과 쾌적함 3. 높낮이가 맞는 적당한 크기의 책상과 의자 4. 집과의 거리 5. 적당한 온도 6. 만만한 식사 장소 유무 정도이려나?

일도 잘 안 하면서 따지는 건 또 많구나. 8월에 이사를 나면 상암동이나 홍대 인근 코워킹 스페이스를 한 달 정도 이용해 볼까도 싶다. 


어제는 직장인의 저녁 회식에 끼어 같이 술을 마셨다. 조직을 나와 살면서 가끔 조직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조직 생활을 듣는 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새삼 깨닫는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조직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헛소리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행히 헛소리력만은 아직 죽지 않았더군. (다 일을 덜 열심히 해 에너지를 아껴둔 덕이다.) 장하다 나 자신!





아직 한산한 아침의 연희동 앤트러사이트.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던 평일 한낮의 연남동 테일러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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