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에도 꽤 쌀쌀한 날이 이어지더니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오기로 한
벚꽃 소식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어졌다.
1년을 기다려온
파란 하늘에 만발한 벚꽃
실컷 좀 보게 해 주면 좋으련만.
날씨가 계속 심술을 부리네.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뛰어서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를.
찬 비바람맞으며 오들오들 떨다
쓸쓸하게 흩날리는 꽃잎들.
봄이 와서 가득했던 설렘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음 한편 허전함과 아쉬움만.
그래도 멀리서 바라본 꽃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이 아픔, 이 슬픔을 견뎌내자고
마음을 다잡고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올해도 비록 짧았지만
흐드러진 벚꽃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또 하나의 봄의 숨결을 확인할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다.
이런저런 일
생각나게 하는
벚꽃이어라
さまざまの事思い出す桜かな
바쇼(芭蕉) /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