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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May 06. 2024

정난침(情難枕) - 정이 깊어 잠 못 드네

내 인생의 노래 (15)

이 노래를 처음들은 건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이다. 그때 나는 다국적 컨설팅 회사의 홍콩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열리는 뭔가의 행사에 참석한 후 로비 라운지에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가슴을 때리는 피아노 연주곡이 은은하게 흘렀다. 선율이 너무 좋아 호텔직원에게 제목을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종이에 한자와 영어 발음까지 써서 주었다.

Qing Nan Zhen

그 때나 지금이나 중국어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리움에 사무치는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은 인연이고 상처만 남은 사랑이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설레고 행복한 경험이지만 또 그만큼의 고통일지도 모른다. 이미 끝난 사랑임에도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절절한 희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뒤돌아 보면 또 눈물이 나고 후회도 되지만,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어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한숨 섞인 위로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 사랑이란 정말 어렵도다!


이렇듯 이 노래 <정난침>은 이래 저래 어림짐작과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며 수백 번 이상 들은 노래이다. 단순 한글 검색으로는 정보가 너무 빈약해서, 구글 Gemini에게 부탁해서 긁어모은 정보에 의하면 내가 즐겨 듣는 대만 가수 임혜평(林慧萍)의 버전이 원곡인 것 같다. 1992년 한 드라마의 주제가로 삽입된 이후 중화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후 여러 명의 가수들이 커버를 하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화교로 살기도 했고 그래서 한국어가 능숙한 강육항(姜育恒)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임혜평이 부른 정난침이 사무침을 덤덤하게 밖으로 들어낸다면, 강육항의 버전은 조금은 속으로 삭이는 느낌이다. 두 곡의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노래에 배어있는 정서가 오롯이 전해지는 데는 큰 차이가 없다. 가슴 때리는 멜로디로 촉촉한 감성에 젖어보고 싶을 때는 이 중국노래가 딱이다.


1. 임혜평의 버전

https://youtu.be/xhQzAm-_gWY?si=Q5PnMKZ0JivHtUB4


2. 강육항의 버전

https://youtu.be/taVF-fgh5YU?si=-Q_d-mpcYBG-Lw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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