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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Aug 01. 2020

자우림을 좋아하세요...?

다들 한 번쯤은 마음속에 자우림 품은 적 있잖아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 지어 보여도
나는 알고 있어 때로 너는
남들 몰래 울곤 하겠지
특별할 것 없는 나에게도
마법 같은 사건이 필요해
울지 않고 매일 꿈꾸기 위해서
언젠가의 그날이 오면
Oh let me smile again in the sun            
                                                                      <자우림 4집-팬이야 중에서>

  야자를 끝내고 집에 오면 세상의 슬픔은 모두 다 짊어진마냥 매일을 서럽게 울던 나의 고3 시절, 자우림의 <팬이야>라는 노래를 취침송마냥 맨날 들었었다. 그리고는 ‘이 슬픔, 이 외로움, 이 서러운 마음을 느끼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야.’하며 더 통곡을 하며 울었었다. 이 노래를 처음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그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충격은 기억이 난다.


‘세상에 마상에 내 마음을 사찰한 노래가 있다니!! 이거 완전 내 마음이잖아.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잖아. 이런 노래가 세상에 있었구나!’


 그리고 이 노래를 알게 된 그 날부터 정말 매일을 들었다. 그때의 감상 포인트는 야자를 마치고 ‘혼자’ 방에 있는 감성폭발 타이밍에 <팬이야>를 듣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이 노래를 정말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사실 이 노래가 가요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거나 반 친구들이 따라 부르던 노래는 아니었기에 나만의 띵곡이라는 착각에 더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사실은 모두에게 인생곡, 너무 큰 위로가 되었던 <자우림 4집>


 하지만 사실 나에게만 이 곡이 인생곡이었겠는가, 아마 유난히 슬펐던 마음을 지나온 사람들 모두에게 이 노래는 기억에 남는 노래일 것이다. 나만을 위한 노래 같다는 고3 때의 착각과 달리, 정말 유명하고 사랑받는 밴드의 대표곡이기도 할 만큼 말이다. 최근에 <팬이야>가 나오는 유튜브 영상의 댓글들을 본 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유년기의 슬픔을 이 노래와 함께 버텨왔다는 것에 신기한 마음도 들고 그때 이 노래를 듣고 울었던 우리들의 마음에 공감이 가서 왠지 모를 동지애가 들었다.


 자우림의 모든 노래를 알진 않고, 또 자우림의 노래를 항상 듣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헛헛한 날에는 늘 자우림의 노래를 듣게 된다. 플레이리스트의 모든 노래를 돌고 돌아도 위로가 안될 때, 결론은 항상 <팬이야>를 트는 것이다. 이제는 운전을 하고 웃으면서 <팬이야>를 따라 부르는 내 모습에 ‘어머, 나 어른인가 봐’하며 새삼 놀라기도 한다(하지만 나이만 어른).

 자우림의 노래는 정말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잠재된 ‘내 안의 흑염룡을 깨우게 하는’ 마성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중2병의 감성이라고 치부하기에 우리가 유년기에 겪었던 슬픔은 결코 작지 않고 우습지도 않다. 나에게 자우림은 자의식 과잉이 불러온 슬픔의 소용돌이를, 너무나도 마음 여렸던 그 시기를 무사히 지나오게 해 주었던 존재이기에 참 감사한 밴드다.




 이렇듯 나에게는 자우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 문명특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우림을 인터뷰했다기에 ‘어머 놓칠 수 없어!’하며 후다닥 유튜브를 켰다. 자우림의 노래를 참 사랑했던 그 시절들이 생각나서 정말 애정 어린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자우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밴드여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알고 있는 밴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밴드여서 오래도록 우리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슬픔을 솔직하게 과장 없이 슬프게 노래해주어서 참 좋다. 역설적이게도 그게 위로가 될 때가 있으니깐.


<자우림 Hola!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사진출처: 네이버 뉴스


 인터뷰의 말미쯤 자우림의 노래 중 어두운 곡들이 많았지만, 지금의 어두운 상황 속에서 어두운 곡을 발표하는 것은 맞지 않을 거 같아 다정한 마음들로만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는 그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정말 사려 깊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을 노래하는 것도 사람들의 슬픔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또 슬픔을 온전히 느껴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다정한 마음을 노래하는 것도 이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자우림의 노래보다도 사실은 다른 노래들을 더 많이 듣지만, 그래도 자우림이라는 밴드를 정말 응원하고 애정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슬픔과 희망을 노래하는, 우리들의 마음들을 노래하는 자우림이라는 밴드를 알고 있어서 참 좋다.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마음이 두근거렸던 <자우림 미니앨범-H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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