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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마타타 Jul 23. 2024

헬프 증후군에 걸렸습니다.

건강한 이기주의가 필요해

작년과 올해 나는 게임에서도 끝판왕이 있듯이 가장 나의 내면에 있어서 아픈 뿌리를 치료하고 있다. 이것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결핍된 사랑을 외부로부터 채우려는 나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아마도 오랜 자애심 훈련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발견 나의 또 다른 증상.

헬프 증후군.


책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헬프 증후군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런 결핍을
과도하게 돕는 것으로 보상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애가 부족하고 남을 돕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좋은 행동으로 사랑받거나 최소한 감사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진짜로 부족한 자기애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1번으로 둬야 해결된다.
즉 '건강한 이기주의'가 필요하다.



나의 자기애, 자애심은 생각보다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다.

맞다. 나는 사람을 돕는 게 나의 다르마일정도로 내 인생의 중심이다. 이 글이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가 아니라 이 글들이 마음속에 콕콕 박힐정도다. 나는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는데 나와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을 도와주는 글을 매일 쓴다. 댓글을 보면 긴급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강박이 든다.


그리고 나는 엄청난 계획형 인간이다.

계획되로 되어야 마음이 편안하고 시간 낭비가 되는걸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 나의 삶이 '생산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유튜브도 티브이도 다 '인문학 아니면 다큐멘터리'만 본다. 계획을 한다는 건 불안도가 높아서다. 불안도가 높다는 건 자애심이랑도 연결되어 있다.

친구들과 떠난 호주 1920년대 빈티지 숍

나는 그런 의미에서 친구들이랑 단체로 여행 가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은 여행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지 않는다. 주변에 뭐가 있지 정도만 대충 탐색하고 여행지에서 자신의 기분에 따라 정한다. 그것이 날씨가 될 수도 있고, 체력이 될 수 있다.(여자친구들이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서 나는 마음과 생각의 유연함을 배운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일하는 나와는 진짜 다른 종족(?) 같다.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큰 스승님을 곁에 두는 기분이다.


나의 불안도와 자애심을 쳐다보고 있으면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 살았다는 것에 나의 영혼이 참으로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충족을 나도 모르는 헬프증후군에 쏟고 있었다니.


하지만 다른 마음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든다.


안 해보던걸 연습하려니 너무 어색하다. 오락용으로 드라마를 보고 영화도 본다.

간식도 죄책 감 없이 마구 먹어보기도 한다.

진짜 가족 같은 나와 남자친구 그리고 키키(고양이)

그러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남자친구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한다.

내가 남자친구를 만난 건 아마 결핍된 사랑을 본능적으로 알아본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 친절을 배 푸는 법, '여유'가 무엇인지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이제부터 1년 동안 나를 위해서만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 건강한 이기심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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