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채 이슬이 다 마르지도 않은 아침,
아직 초여름 햇빛이 따가워지기 전.
마당 풀을 뽑기 제격인 시간.
딱히 몸이 더 누워있기를 간절히 요구하지 않는 날이면
아침은 마음이 설렌다.
어서 마당으로 나가 누가 새로운 싹을 티웠는지,
어느 분이 새 꽃을 피우셨는지,
고추며, 가지, 오이, 상추, 토마토들은 어찌 하고 계신지.
매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새로 집을 짓고 마당을 만들어 첫해를 보내고 있다.
지대가 낮은 집터라 흙을 받아 돋우었다.
그 흙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척박하여 호미질을 해도
하룻밤만 지나고 나면 돌덩이처럼 딱딱해진다.
보드라운 무엇하나도 품기를 거부하듯이.
거름을 주고 호미로 매주고 말해준다.
“불안하니?
괜찮아, 천천히 열려도 돼.
기다릴게”
호미질로 단단해진 흙을 풀어 공기를 넣어주어 숨을 쉬게 해준다.
동네 어르신들과 동네 오빠들은 나의 텃밭 꼴을 보고
“요소 비료를 줘라,
저 풀 나는 데는 풀 약을 주라”
지나가면서 훈수를 두지만
나는 그저
“올해는 한번 이렇게 해 보고 내년에 생각해 볼게요”
아마도 내년에도 내 대답은 똑같겠지.
내년, 후년, 그리고 또 다음 해.
한해 한해 떨군 이파리들이 쌓이고
내어준 거름이 쌓이고
흙 틈으로 공기를 마시고.
내 마당은 아주 천천히 보드라워질 것이다.
나와 세월을 보낸 만큼.
내가 마음을 내주고 기다린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