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지난 과거에 지나친 겸손을 두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때는 매 주 독서모임을 가장한 동네 수다모임에서였다. 여자들의 모임에 남자 얘기가 빠지지 않지만, 언제나 화두를 내는 건 나다. 이 날도 역시나 내가 먼저 연애 화두를 내었는데 new 멤버에게 '당신의 연애를 알려주세요.'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자칭 '남미새'인데, 내가 왜 남미새가 되버렸는지에 대한 이유와 왜 남자를 갈망하면서도 잘 사귀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털어냈다. 나는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이것 저것하며 바쁘게 사는 다작러인데, new 멤버는 나의 독립성과 남미새 이미지가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왜 남자친구가 없어요?"
그러면서 모두가 나의 연애에 입을 모았다. 이렇게 멋있게 사는 매력적인 여자를 남자들이 왜 가만 안두는지, 그걸 어필해보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이상형의 남자 앞에 가면 몸이 얼어버린다고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들이 말하는 나의 멋짐을 전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이런 특성이나 도전심이 전혀 매력 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나의 장점을 발견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그건 항상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던 말이었다.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고, 아니라고 부정한 건 결국 나였다.
주변에서 나쁘다고 말하건, 좋다고 말하건, 언제나 그것은 나의 특성이 되고 특성은 살릴 수록 나의 재능이 된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나에게 말해주는 건 신이 은근 슬쩍 귓속말 해주는 힌트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나보고 멋지다고 하는 말들에 왜 나는 그렇게 손사레를 쳤을까? 그냥 흘려 들었고 할 말이 없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정말 나를 멋지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딱히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맞다. 딱히 별 게 아닌 게 맞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 갖고 싶은 능력이지 않은가. 남들이 부러워 하는 것,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그것이 남들보다 뛰어난 나의 재능이다.
예전에 '연애로 배우는 마케팅'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듯 마케팅도 회사의 장점과 특징을 잘 알고 대중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특성만 알았지, 이게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른 채로 살았다. 이건 어쩌면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도 반짝할 날을 달라는 지금까지의 나를 신은 분명히 아래 표정처럼 보고 있을 게 뻔하다.
자신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은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되고 특색이 된다. 대중이 떠먹여주기만 하면 우리는 받아먹으면 된다. 이걸 제일 잘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된다. 얼굴이야 다 보이는거고 말하지 않아도 드러내지 않아도 알아서 보여지는 거지만, 우리의 내면은 우리가 들어내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내 인생을 살아본 게 아니라,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하는 우리 집순이, 집돌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하트시그널 패널로 참가한 사람이 내향인들을 만나게 하려면 주변에 있는 외향인들이 가마에 싫어서 면전에 나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 겸손이고 나발이고 남들이 멋지다고 한 데이터를 싹 다 긁어모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이걸로 좀 연애도 해보고 먹고 살아야겠다. 가만히 있다가는 평생을 집 밖으로 나가보지도 않고 누구는 안오나 하면서 허송세월 보낼 것 같은데, 맨날 일하기 싫다면서 입마른 소리하고 앉아있기는 싫다. 힘들어서 못해먹겠으니깐 나도 이제 편하게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