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tojeong Jan 06. 2024

겨울에 가면 더 좋은, 제주도

  당초 계획했던 일정들을 하나, 둘 마무리하고 숨 가빴던 호흡도 가라앉기 시작하는 겨울의 한산함을 좋아한다. 더는 새로운 일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조금은 널브러져 있어도 괜찮다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릴 땐 겨울보다 활기찬 여름을 더 좋아했지만, 직장인에게 한여름은 농번기나 다름없는 성수기라 달갑지 만은 않아졌다. 고작 며칠의 휴가를 떠나서도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고,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이 떠올라 온전히 휴가를 즐기기 어려우니까.


  반면 크리스마스 전후가 되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평소 잊고 살던 사람들의 안부까지 물어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연말이면 나만의 어워즈를 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올해 가장 고마웠던 사람, 가장 즐거웠던 일, 가장 후회하는 선택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따뜻한 방구석에서 손이 노래질 때까지 귤을 까먹기도 하고 바빠서 못 만났던 이들과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 특별한 리프레쉬를 하고 싶어지는 이벤트가 필요하가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겨울 제주도를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꼭 한 번은 가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라산 설경은 평생의 추억이 될 만큼 아름답고 장엄하다. 우리나라 명산들을 많이 가봤지만 한라산만큼 멋진 산은 단연코 없었다. 갈림길이 없어서 초보자도 쉽게 등반할 수 있고, 육지 산에서 본 적 없는 이색적인 식물들이 많아 이국적인 느낌이다.



한라산은 일일 탐방객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붐비지 않고 한적하게 거닐 수 있다. 가실 분들은 미리 원하는 날짜로 탐방 예약을 하시면 된다. 겨울에는 관음사 코스를, 다른 계절에는 성판악 코스를 추천한다. (성판악 코스를 다녀온 브런치 글 : https://brunch.co.kr/@intojeong/78 )



다음으로 겨울 제주도를 추천하는 이유는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컨셉으로 운영하는 동백꽃 명소가 많은데 그중에 나는 ‘제주동백수목원’을 선택했다.


한 그루의 동백나무는 특별할 것 없겠지만, 군집을 이룬 동백나무는 눈부실 만큼 화려했다. 길마다 수북이 쌓인 짙은 색의 꽃잎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동백나무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보면 2시간쯤은 후딱 가버린다. 나는 방향을 못 찾는 길치라서 같은 코스를 다시 걷기도 하고, 입구이자 출구인 원점 복귀가 생각처럼 쉽지 않아 2시간이 걸린 듯하다. 미로 속을 해메는 기분이랄까. 길치들은 정신 놓고 다니지 말고, 곳곳에 배치된 지도를 보면서 가기를 바란다 :)



이어서 추천하고 싶은 곳은 테라로사 서귀포점이다. 사계절 푸른 감귤나무가 카페를 에워싸고 있어서 예쁜 풍경을 보며 커피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내가 간 날은 TV에서 봤던 테라로사 대표님이 커피를 시음하고 계셨다. 전국 지점들을 순찰하며 이리 관리하니 잘 될 수밖에. 나는 테라로사가 처음이었는데 대표님이 행차한 날이라서 그런가 부드럽고 고급진 커피맛이 일품이었다. 아침이라 갓 구운 빵들이 많이 진열돼 있었는데 고소한 빵냄새가 솔솔 나서 안 살 수가 없었다. 역시 공복은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곳은 김창열미술관이다. 사실적인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고, 멋진 건축물의 내외부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전시를 보고 난 뒤에는 주변 산책로를 걷고, 건물 옥상에서 드넓은 뷰도 보며 다채로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으니 구석구석 누비시길 바란다.



평생 물방울만 집요하게 파신 분이라 그의 물방울 유니버스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극사실주의 물방울, 인상주의 물방울, 개념적인 물방울, 로맨틱 물방울, 순진한 물방울, 유교적  물방울, 프랑스 물방울, 미국 물방울, 기쁜 물방울, 슬픈 물방울, 화난 물방울, 춤추는 물방울 등등 물방울 하나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직접 물방울을 만나보시길!



끝으로 이곳 저곳을 이동하며 틈틈이 만나게 되는 바다는 덤이다. 시간이 맞다면 매일 달라지는 제주도의 일몰뷰도 즐겨보시길!




작가의 이전글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