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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jeong Jun 28. 2022

제주도에 다시 간다면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 현지인이 알려준 관광코스 대로 바쁘게 돌아다닌 적이 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 탁 트인 제주도를 감상하고, 잠수함을 타고 심해로 내려가 물고기들과 인사하고, 함덕해수욕장의 투명한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틈틈이 테마파크와 맛집을 섭렵했다. 제주도 입문자다운 착실한 면모라 할 수 있겠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제주도를 찾았을 때, 나는 애석하게도 몹시 지친 상태였다.

열흘간 올레길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제주도로 간 것이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늘 괴리가 있는 법. 삼십 년을 넘게 살았어도 모든 기억을 되짚어 생애 첫 기억까지 훝는 건 사흘이면 충분했다. 더 이상 떠올릴 생각거리가 없자 무념무상이 무엇인지 몸소 깨달았다.


사람에게 지쳐 제주도까지 왔는데 이렇게 빨리 사람이 그리울 줄이야. 하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분과 올레길을 걸으며 곧 서울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라산에서 내려다본 제주도


제주도는 언제나 옳다.


여러 명산들을 다녔지만 여러모로 한라산과 견줄 만한 산이 없다. 구름 위를 걸으며 선명하게 내려다보이는 제주도 땅끝, 명불허전 백록담,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


해뜨기 전에 입산해서 해가 지고 내려오기까지 왕복 11시간 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느낀 기쁨과 슬픔은 내 삶을 다채롭게 느끼게 하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한라산 정상
한라산 백록담


한라산을 오르는 동안 쉬다 걷다를 무수히 반복했는데, 힘들어 죽겠다며 투덜거리는 나와는 달리 함께 걷던 친구는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


  - 넌 안 힘들어?

  - 힘들지.

  - 근데 왜 쉬자고 안 해?

  - 내가 쉬고 싶기도 전에 네가 쉬자고 하니까.

  - (끄덕끄덕)


얼마나 많은 수분을 몸으로 증발시킬 수 있는지 나는 한라산에서 인체의 신비를 경험하기도 했다. 챙겨 간 아이스 커피와 생수 2통을 마시고도 갈증을 떨쳐내지 못했고, 화장실이 필요 없었다..



제주도에 다시 간다면,

이번에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 정상을 오르고 싶다. 그날을 위해 육지에 있는 작은 산들을 가뿐히 넘으며 나를 단련해야겠다.



신이 하늘에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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