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공포증 극복 tip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무리의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손에 쥐고 있는 펜과 스크립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괜찮은 척해보지만 입꼬리는 올라가나 눈은 절대 웃을 수 없는......
그리고 내 심장소리가 영화관 Dolby Surround 싸운드로 귓가에 몰아치는 그 순간...
시간이 되었고, 발표 무대(포디엄)에 섰으나, 도망가고 싶어 진다.
우주의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간절히 되뇌어보지만...
'심장아, 나대지 마..(제발)'
아무 소용이 없다.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회사 사활을 걸고 나선 경쟁 프레젠테이션이든, 임원진 앞에서의 신제품 발표회이든, 학부모 참관 수업의 '엄마 아빠 직업 소개'이든 "떨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10년째 국제행사 진행(한영 MC), 영어 PT 대행 등을 하는 나로서는 무대에 서는 게 그야말로 '일'이지만 행사를 몇 백개 치르고 발표를 '업'으로 삼은 나도 심장이 터질 듯이 나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긴장감과 떨림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을 극복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이 글에서는 개인 presentation, pitching 코칭 수업에서 적용하고 나눴던 "과학적으로 검증된 무대 공포증 극복 방법 3가지"를 공개하고자 한다.
보통 복식호흡을 하라고 하면 '복식' 즉, 배로 들이마신다는 말 때문에 배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코로 깊게 폐세포 끝까지 채우는 과정을 놓치기 쉽다. 사실 배로 호흡을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코로 아주 깊게 공기를 들이마시면 폐가 커지면서 아래에 있던 오장육부 장기를 누르기 때문에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지 배로 숨을 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숨을 마시고 (inhale) 뱉고(exhale)하는 동안 배 모양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나와 있다.
그런데, 복식호흡이 어떻게 무대 공포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가?
한의학적으로도 모든 들숨(들이마쉬는 숨)은 우리 몸의 긴장 상태, 그리고 날숨(내쉬는 숨)은 풀어진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마실 수록 깊고 길게 숨을 내뱉게 되고 그렇게 해서 나가는 숨에는 내 몸의 세포 곳곳에 박혀있던 긴장감, 에너지들이 다 빠져나가게 된다. 즉 숨만 잘 쉬어도 몸안의 모든 긴장 세포를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필라테스에서 가르치기도 하는, '흉곽'을 열고 닫는 호흡법이 사실 복식호흡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될 것이다. 폐를 최대한 확장하는 느낌으로 코로 숨을 마시면서 폐포 하나하나를 풍선 불듯이 공기로 가득 채우고 다시 그 풍선(폐포)에 있던 공기를 입으로 천천히 30초가량에 걸쳐서 내뱉는다. 이때 자신의 양손을 갈비뼈에 대고 갈비뼈가 확장되고 수축되는 느낌을 확인하면 더 효과적이다.
발표 시작 5분 전, 10분 전부터 온 몸이 긴장 태세로 돌입한다면 그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의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렇게 제대로 된 복식 호흡을 3회 정도만 해도 긴장감이 훨씬 사라질 것이다. 실제 행사 시작 직전 그전까진 아무런 느낌도 없다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면서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무대 뒤로 가서 복식호흡을 시도한다. 그러면 한결 가벼워진 머리와 마음으로 다시 무대 포디엄으로 복귀하게 되는데, 나에게 발표를 배운 고객들도 '가장 많은 효과를 본' 방법이 바로 이 복식호흡이다.
가장 최근에 영어 PT 코칭을 의뢰한 한 고객은 전자제품 마케팅 담당자인데, 영국에서 열리는 유럽 시장 벤더 분기 발표회에 신제품을 소개하고 발표하는 자리에 팀 대표로 뽑혀서 발표하게 되었다. 영어도 문제지만 발표를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떨린다는 이분은 이 복식호흡 이후로 무대 공포증이 사라졌다고 '간증'을 하셨다.
우리 몸과 마음은 매우 유기적인 관계라서,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느냐가 내 정신 상태를 결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하면 허리를 굽히고 그와 동시에 어깨가 굽으면서 전체적으로 쪼그라든 자세를 하게 되는데, 안 그래도 긴장된 상태가 이렇게 몸을 더 '폐쇄적인'상태로 만들면서 긴장감이 더 심해진다.
전 세계 어디나 '발표'를 가르치는 스피치 기관에서는 말만 가르치지 않는다. 자세 (posture)와 움직임, 무대에서의 동선(movement)을 유기적으로 같이 훈련하는데 '척추 기립근'을 세운 자세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서 '기립근'을 세운다는 것은 어깨만 펴는 것이 아니라 허리 아래쪽 골반 위, 척추뼈의 아랫부분에 붙은 근육을 말한다. 실제로 몸의 중심을 책임지고 있는 척추를 제대로 펴려면 아랫부분부터 잡고 세운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립근을 세운 꼿꼿한 자세는, 무대에 섰을 때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감도 채워준다. 몸을 펴면서 긴장을 내보내고 신체적으로도 자신 있는 무언가를 '압도할' 준비가 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행사 때 보기에 좋으라고 하이힐을 신기도 하지만 평소 신던 운동화나 슬립온에서 9센티미터 굽이 장착된 하이힐 구두로 옮겨 신는 순간, 허리가 자동으로 펴지는 경험을 하면서 'It's show time'이라고 속으로 외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의 자세는 어떠한가? 어떤 이유에서든 기분이 가라앉았다거나 긴장이 되거나 할 때 허리 아랫부분에 힘을 주고 세워 보시라! 긴장감을 떨치고 자신감을 복원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내게 되는 가장 중요한 기관 '성대'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미지근한 '물'이다.
감기, 비염 등으로 코가 막혔을 때는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성대, 후두, 그리고 비강까지 연결된 소리 기관 전체에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대가 찰떡같이 붙었다 떨어지면서 자신 있고 영롱한 소리를 내려면 자극을 최대한 줄이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가수들이 노래 부르기 전 물을 달고 사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이다.
발표를 하기 전, 무대에 서기 전 카페인이 잔뜩 들어있는 에너지 음료나 탄산음료 등을 섭취한다면 안 그래도 긴장되고 떨리는 몸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 미지근한 물이 싫다면 아무런 자극이 없는 냉수나 카페인이 덜한 '차'종류도 괜찮다. 그러나 나는 가끔 변칙을 쓰는데, 국제 행사 진행 전이나 연기에 몰입해야 하는 성우 녹음 같은 경우 특별한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일하기 30분 전쯤 평소 좋아하는 아이스 라테를 마시면서 다크 초콜릿을 곁들인다던가, 아니면 아예 달달한 음료를 마시고 큐사인이 떨어지기 10분 전부터 물을 마신다. 그러면 당분을 섭취하고 적당히 좋아진 기분에 에너지를 얻고 성대에는 수분을 적절하게 공급하고 중간중간 물을 계속 마시면서 긴장감을 다스린다.
섭취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음식이 있다면 중요한 발표나 무대에 서기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방법을 더하고도 가장 중요한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무대 공포증 없이 발표를 진행해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리허설'을 생략하고 발표의 성공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클리쉐가 된 '연습만이 살 길이다'(Practice Makes Perfect.)의 이 '연습'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요령과 방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4KwIeC5mV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