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발표, 똑똑한 연습이 필요해!
"스크립트를 다 못 외웠어요."
나에게 개인적으로 영어 발표, PT, Pitching 등을 배우러 오는 고객들은 보통 D-day를 한 두 주 남겨놓은 상황에서 나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분들의 90%는 절박한 표정과 함께 스크립트를 '아직' 다 못 외웠다며 부담스럽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신다.
비단 영어로 하는 발표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하는 신제품 설명회이든지 사내 경쟁 프로젝트 발표회이든지 간에 '발표'라는 미션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대본을 작성해서 '외워야'한다는 생각이 제일 든다면, 첫 단추부터 단단히 잘못 꿴 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크립트를 다 외우려고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도, 틀리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내용을 다 전달하려면 '달달달'외워서 완벽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외우면 망한다.'
스크립트를 외워선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외우면 전달하는 말의 생기가 없어진다. 즉, 지루해지고 듣는 사람들도 강약, 완급 조절이 없는 모노톤의 긴 발표를 듣느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급기야 졸리기까지 하며 결국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발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어 인터뷰,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는 예상 문제와 답안을 준비해서 단시간에 '정복'하기 위해 달달달 외우는 경우가 많은데, 수험자(interviewee)가 외워서 하는 말인지, 자신의 진심을 담아서 하는 말인지 두 단어만 들어도 면접관들은 다 알아챈다.
두 번째, 완벽하게 외운 것들을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다 쏟아냈다면 다행이지만 중간에 한 단어라도 까먹게 되면 그 순간부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그다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게 된다.
긴장한 탓에 방금 전까지 건드리기만 해도 줄줄줄 쏟아져 나오던 시나리오가 단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식은땀이 흐르고, 무슨 말로 나머지를 때우고 무대에서 내려왔는지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소위, '폭망'이다.
그렇다면, 스크립트는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 외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하는 발표의 '논리'와 '흐름' 그리고 punch line(한방)이라고 하는 마지막 결론까지. 여기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그 '논리'를 짜는 것이다. 아주 잘.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발표자료를 꾸미는 노력의 1/10도 스크립트를 작성하는데 쏟지 않는다.
나에게 '다 못 외운' 스크립트를 들고 온 고객들과 10번의 만남을 하기로 했다면 사실 그중 7할은 이 스크립트를 뜯어고치는데 할애한다. 전자제품의 디자인 설명회일 수도 있고, 국제법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고, 교환학생으로 참여한 국제학생들을 위한 도서관 안내 발표일 수도 있지만 영어로 발표한다는 조건 외에 한국어로도 바꿔보면 '상식적으로', '설득력 있게' 스크립트를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어적 한계 때문에,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스크립트를 잘 작성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또는, 누군가 대신 작성해준 스크립트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밀려드는 다른 업무'와 '시간'에 쫓겨서 자신의 발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청중의 입장에서 코치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내용이든 기술적인 내용이든 어떻게 '전달' 되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발표 내용을 뜯어고친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눌 수 있는 내용들은 최대한 분리를 하고, 슬라이드 한 장에 해야 할 결론은 딱 한 문장으로 요약이 되도록 만든다.
모든 발표는 '논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즉, 가장 완벽한 발표는 청중이 시각적 보조자료(프로젝터, PPT 슬라이드 등)가 없더라도 머릿속의 상상력만으로도 입체적이고, 서사적이고, 친절한 안내에 따라 발표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타고난 스토리 텔러, 입담꾼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공공의 장소에서 '발표'라는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팔고 있는 이 물건(발표의 내용)이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여기서 몇 가지 '액세서리'처럼 첨가할 수 있는 부분이 물론 존재한다. 제일 강조해야 하는 부분에 'pause'를 세련되게 사용하는 것, 상황과 관객들의 TPO에 맞는 유머를 적절히 섞는 것 등이다.
그러나, 어떤 치장이나 꾸밈보다 제일 먼저 앞서는 것은 발표의 각 부분이 이루고 있는 '유기적인 관계', 즉 논리이다. 내 뇌 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내용=벼락치기 시험 때처럼 이해되지 않지만 무조건 외우는, 이 청중에게 쉽게 이해될 리가 만무하다. 아무리 지루한 기술 적인 설명이라 할지라도 발표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나에게 10이라는 자원(시간과 노력)이 주어진다면, 최소 6에서 7을 스크립트의 논리를 다듬고 고치는 데 쓰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다. 그리고 각 슬라이드의 여는 말, 맺는말 정도를 입에 익혀둔다.
최근 몇십 년 안에 가장 뛰어난 발표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리고 가장 닮고 싶은 프리젠터의 롤모델 0순위로 꼽히는 사람은 바로 애플의 창업주이자 지금은 볼 수 없는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방법으로 자신의 제품을 소구 (appeal)한 발표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CES에서 했던 맥북 에어, 아이폰 발표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많은 이들이 찾아보는 전설적인 발표 장면이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이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은 '불법'을 감행하면서 까지 따랐던 그의 '시나리오'때문에 가능했다. 스티브 잡스는 중요한 신제품 출시 발표가 잡히면 행사 몇 주전부터 발표장 무대에 가서 동선과 시나리오를 짰다. 그가 화면에 띄울 극적인 효과 때문에 발표장 안의 모든 불이 소등돼야 했는데 소방법상 비상대피로의 불까지 끌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는 끝까지 그걸 우겼고, 행사장 안의 모든 설비와 조명등이 자신의 완벽한 시나리오대로 구동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그의 말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화면에 가득 채워야 할 그림과 음악 등이 완벽하게 구현될 때까지 '연습했다.'
발표 당사자인 스티브 잡스는 물론이고 애플사의 엔지니어들, 그 행사를 보조했던 이들이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는 그의 열정에 학을 떼며 다시는 스티브 잡스와 일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은 물론이다. 스티브 잡스의 발표를 생각하면 그가 자신의 기분에 취해, 관객석에 앉아 있다 튀어나와서 자신의 제품을 홍보한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다른 의미에서의 천재였다. 자신이 소구 하는 대상을 가장 매력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천재.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신제품 발표회를 완벽하게 치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연히 그의 제품에 대한 그의 '열정'때문이다. 그는 아이폰도, 맥북도 스티브 잡스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오류도 흠집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티브 잡스처럼 '열정'을 쏟아부을 대상이 없다. 우리의 발표에.
내가 봐도 너무나 지루한 기술적 용어로 어려운 금융용어로 가득 찬 나의 발표에 무슨 수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열정과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에게 남은 건 오로지 해야 하는 '의무'밖에 없다. 하지만, '의무'가 나의 밥줄이라면, 어떻게든 이번 고비를 넘겨야 한다면,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
당신이 이번 발표를 어떻게든 '휘어잡을' 사내 라이징 스타가 되어야 할 이유로 절박하다면,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앞서 얘기한 스크립트를 가지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본 발표와 똑같이 리허설을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허설은 발표에 주어진 시간에 맞춰서 발표장을 미리 가볼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할지라도 회사 구석 회의실에서, 자신의 집에서 발표 당일 입을 옷을 갖춰 입고 동선을 미리 계획하고 그대로 움직이면서 연습해보는 그야말로 '테크니컬 리허설'을 말하는 것이다.
발표 자료를 프로젝터에 띄우고 목차와 제목을 얘기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논리'가 순서대로 짜여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linking words' 또는 'transition words'라고 하는 이음말을 적절히 써야 하는데 학교에서 학원에서 늘 보던 but, however, more over, thus, so far, on top of that 같은 말들이다.(간단하지만 이 쉬운 단어가 막상 쓰려면 생각이 안나는 분들을 위해 아래 구글 문서로 링크를 걸어놨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눈으로 읽는 것과 배치하는 것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영문 기사와 보고서에 평면적으로 등장하는 이 말들이 발표에 쓰이면 내 발표가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안내 표지판이 된다. 청중들도 내 발표가 어디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목표가 무엇인지 인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사인 포스팅이 되는 것이다.
논리 짜는 부분이 잘 정리돼 있다면, 이 이음말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제삼자가 도와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본 발표 전에 이 테크니컬 리허설을 최소 3번이라도 해보고 무대에 선다면 발표 성공의 7할에 다가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리허설로 무장된 발표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긴장감을 없애주고,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걱정보단 내가 '발표하고 있는 내용'에 몰입해서 발표를 하는 목적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봐줄 사람이 없이 혼자 연습을 해야 한다면 셀프 촬영을 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어, 음'등의 불필요한 fillers와 다리 떨기 등의 산만한 자세들을 한방에 고칠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나 자신을 촬영해서 보는 것이다.
앞서 '무대공포증을 없애는 3가지 방법 '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무대 공포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리허설이다. 무대 공포증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최고의 발표자를 주변에서 찾는다면, 어린아이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어른들이 자신의 공연에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저 '주어진 노래'를 할 뿐. 이 어린아이가 주변인들의 평가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부끄러움', '긴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내가 기능적으로 하는 일', 발표하는 내용에 몰입할 수 있다면 무대 공포증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다. 물론 이 리허설이라는 게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란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당신이 지금 맡은 발표를 잘 해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좋은 평가를 받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스크립트를 더 매력적이고, 논리적인 내용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허설에서 입으로 머릿속에 있던 말들을 풀어내면서 막히는 용어, 발음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을 집중해서 연습한다. 이렇게 몰입하기 시작하면, 발표의 기승전결이 보이고, 시뮬레이션한 덕에 행사장 당일 연습한 만큼 '몸이 기억하는' 정직한 결과가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1. 쉽고 간결한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는 무료 학습 사이트
-Business English Pod: https://www.businessenglishpod.com/
2. Linkin Words
https://docs.google.com/document/d/1aEm4nH2ktckQkbymRDd-Bnqzd5ivt_HDZbVpMwn1x5o/edit?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