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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입주청소(2)

느린 독립 02

by 삼각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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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운영한 카페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나서는 '내 다시 인테리어를 하는 날이 오게 되면 셀프로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바쁘고 체력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엄마도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와 당신의 체력보다 그놈의 '돈'이 더 중요했다.


결국 엄마의 뜻대로 우리는 그 더위에 청소와 페인트 칠을 했고, 나는 며칠 더 이사할 집에 들러 마저 페인트 칠을 했다.


엄마는 다음 날까지 하루 종일 앓았고, 나는 일이 제일 바쁜 한 여름 퇴근하고 이사할 집에 들르거나 주말에 가 틈나는 대로 이사준비를 했더니 일 년을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던 몸무게가 한 달 사이 4킬로가 빠졌다.


한국 엄마들의 사랑 방식이 대부분 그런 걸까? 아니면 우리 엄마가 유별난 걸까? 다른 사람의 엄마를 겪어보지 않았으니... 쉽게 정의할 수 없어 그냥 '사랑'이란 이런 거라 여기고 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유별나고 예민한 사람이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다양한 사랑과 사람을 겪은 나는 이제는 그 사랑이 내가 원하는 형태와는 다른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때론 폭력적이었다는 것도.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의 사랑을 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랑과 꾸준히 나를 지지해 주는 '진짜' 사랑을 갈구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떨어져 진심이 담긴 사랑의 따뜻함만 느끼고 싶다. 나에게 오는 엄마의 사랑은 먼 거리를 지나 나에게 천천히 오면서 붙어있던 다른 것들은 적당히 떨어지길 바란다. 그렇게 결국 나에게 닿는 사랑의 형태는 순도 높은 사랑 그대로로 전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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