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댓글과 DM으로 책을 읽고 MBTI를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거기다 '작가님 혹시 oooo?'라고 물어보면서 귀신같이 내 MBTI를 딱딱 맞히곤 해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분들도 계신다.
궁금해하지 않을 분들이 더 많겠지만 내 MBTI는 INFJ이다. 성격유형에 대해 몰랐을 때는 '왜 주변 사람들과 나는 이리도 같은 듯, 다를까?'에 대해 고민하고 실망하며 외로워했던 것 같다. 이 성격유형을 맹신하진 않는다. 각 유형의 특징을 외우고 다니지도 않으며 내 성격유형의 특징에도 큰 관심이 없다. 다만 서로의 같고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내가 주변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것에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이상한 생각을 갖고 사는구나'에 대한 회의감이 해소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건 확실하다.
몇 년 전, 유재석이 티브이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삽니다.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요."
매 순간, 지금 내가 하는 일과 행동에 의미를 찾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근심,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차 무겁게 걸어가던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생각이었다. 어떻게 탑 mc 자리에서 그 무게를 안고도 이런저런 생각을 안 하고 오늘만 열심히 살 수 있는지, 그렇게 살 수도 있는 건지,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이런 심플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유재석 같은 성격유형의 MBTI가 존재한다는 건 최근에 알았다.)
뉴스에서 본 '우주 공허'를 보니 항상 마음 한쪽이 공허한 나는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무언가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는 것처럼, 나도 태어났으니 그냥 살기만 하는 되는 내 삶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며 내 마음에 남을 값진 가치를 찾아 나서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냥 살면 되는 건데. 그런가 보다~하고 넘기면 되는 건데. 나에게 쏟아지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어 모아 어떤 건 보석으로, 어떤 건 압정으로, 각자 보관함을 따로 나눠 모아두며 보석이 몇 개 있나, 압정이 몇 개나 모였나 시간 날 때마다 세고 또 세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내가 유재석 같은 사람은 될 수없다. 난 INFJ인 내 성격유형이 싫어 몇 년 간 수시로 성격검사를 다시 해보지만 달라진 적이 없다. 쉽게 성격이 바뀌진 않는 것 같아 이제는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인정하며 살고 있다. 단지 이제는 이 '공허함'이 내가 부여하는 의미에서 파생된 것임을 안다. 진짜 공허를 보며 내가 가진 내 마음의 공허 또한 유에서 창조되었고, '나'라는 우주가 존재함에 만들어진 것임을 안심한다. '거대 우주 공허'에 위로받으며 나의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