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회사에 취직을 한 게 언 10여 년 전이다.
이 회사, 저 회사 찔끔찔끔 다니다가 ‘아 나는 회사라는 사회랑은 안 맞는구나’ 하며 그 뒤부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영업자로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쭉 살아갈 것 같았던 내가 카페를 정리하고 작가일도 잠시 멈춘 체 직원으로 취직했다.
관성처럼 해오던 일,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기는 쉽지 않았다.
카페는 많이 벌리지는 않았지만 당장 폐업할 정도로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었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그림과 글을 쓰는 투잡이 가능했다. 그림도 글도 올리는 게 재밌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터 계속 쌓인 독립 의지는 커질 대로 커졌는데 카페 주 6일 근무로 몸은 지쳐갔고, 창작활동은 뇌를 풀가동하는데 작은 명예만 안겨줄 뿐 돈이 모일정도는 아니라 안정적으로 저축이 되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 앞으로 발전된 내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 막막했다. ( 전에 긍정 회로를 돌리며 긍정 확언이니 긍정은 나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일을 잡아보려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 나를 돌아보니 그때 상황이 이 문단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카페 일을 하면서도, 마감을 하고 나서도 하루종일 어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야 할까? 계속 소재거리를 생각하고 생산해 내고 있지만 당장 전원세로 나갈 여유돈 천만 원조차 어디 가서 벌어 올 수 없다는 현실이 나를 절망에 빠뜨렸다.
난잡하게 뒤섞인 뇌 속 생각의 소용돌이를 정리하고 싶어 그림으로 그동안의 생각 뫼비우스를 정리해서 그렸다.
1. 내 정신이 건강하게 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나와야 맑고 좋은 콘텐츠가 나올 것 같다.
2. 집에서 나오려면 그림만 그려서는 독립을 하지 못한다.
3. 카페를 계속하자니 소득 대비 신경 쓸게 너무 많다.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
그래서 자기 연민이나 꿈에 대한 고집은 내려두고 현실적으로 내 상황을 판단해 봤다.
당시 나이 35살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돈을 벌어두지 못하고 경력도 없으면 40대가 된 나는 작가일을 하며 추가 수입으로라도 돈을 벌 통로도 없어지고, 벌어 둔 돈도 없어서 생활고에 시달려 살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저축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림은 틈 나는 대로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그릴 수 있다, 그러니 평일 낮에는 내 몫만 하는 업무로 규칙적인 수익을 내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창작활동을 유지하며 벨런스를 맞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