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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교래 자연휴양림의 적요

by 무량화 Jan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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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래리에 위치한 자연휴양림 숲길을 걷기로 했다. 눈이 내릴 듯 하늘은 잔뜩 흐렸으며 한라산은 구름에 겹싸여 자취 묘묘했다. 이런 날씨엔 바다로 향해도 재미가 덜한 것이 물빛 칙칙한 데다 해풍만 거칠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산간 정도의 숲에 들면 나무들이 바람막이 역할을 하므로 안온해서 별로 춥지도 않다. 사려니 숲길을 걸어볼까, 절물휴양림으로 갈까, 교래리로 가볼까 하다가 결정한 자연휴양림이다. 차라리 눈발 구성지다면 돌문화공원에 가서 새카만 현무암 조각에 쌓인 눈을 보련만. 오백장군상 저마다 위엄찬 기상과 사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무수한 방사탑, 돌하르방, 동자석, 정주석 등등. 언젠가 본 사진전에서 흑백 대비 멋스럽던 풍경을 만나볼 수 있을 텐데. 대신 우리는 곶자왈 숲인 교래자연휴양림의 겨울 적요를 즐기기로 했다.



조선시대 제주 목사 이형상이 남긴 기록화인 탐라순력도(1702)의 교래대렵(橋來大獵)에 나오는 교래리다. 당시 사냥물은 사슴 177마리, 멧돼지 11마리, 노루 101마리, 꿩 22首였다. 이때부터 토종닭과 표고버섯 특구마을로 이미지를 새기기 시작했던가. 교래자연휴양림, 제주돌문화공원이 생겨날만한 입지다. 교래자연휴양림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과 바위, 돌, 나무가 헝클어진 거친 느낌을 있는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곶자왈에는 곧게 뻗어 솟은 나무들이 거의 없다. 돌과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나무들이라 휘어지고 구부러진 채로 혹은 덩굴손으로 둘둘 감은 채 살아간다. 휴양림 안에는 생태관찰로와 지그리오름을 순환하는 오름산책로(7km) 두 갈래 탐방 코스가 나있다. 곶자왈 생태관찰로는 2.5km 정도다. 출발지점으로 회귀하는 순환로를 돌아 나오는 데는 40분 정도 걸린다. 큰지그리오름 전망대까지는 8km로 왕복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작년 가을에 생태관찰로를 걸어봤기에 이번엔 오름산책로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현주씨는 전망대까지 다녀온 적이 있지만 날씨 보면서 가는 데까지 걸어보자고 했다. 초반에는 눈발 희끗거리며 날렸다. 그래도 기온은 푹하고 바람도 없었다. 얼마든지 걸을만했다. 숲길을 오가는 인적은 뜸했다. 온데 시선 닿는 곳마다  을씨년스럽고 삭연하기만 한 정경. 새소리마저 잦아든 겨울 곶자왈은 황량하기만 했다. 산전터 움막터 숯가마터를 스쳐 지났다. 평지 길이라도 들쑥날쑥 걷기 상그러운 길이었다. 더구나 큰지그리오름 가는 길은 오르내림의 연속이었다.

희끗희끗하던 싸락눈이 점차 탐스러운 목화송이로 바뀌었다. 고사리 잎새와 이끼 위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비탈진 바위길은 미끄러웠다. 위험한 짓은 절대사절. 만약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런 낭패가 없다. 우리는 미련 없이 그쯤에서 퇴각하기로 했다. 온길 되짚어 내려오는데 이번엔 눈이 비로 변했다. 빗발이 굵어져 우산을 폈다. 입구에 도착하니 겨울철임에도 숙박동에 예약한 가족팀이 왁자하니 짐을 끌고 들어왔다.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에 위치한 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 생태 체험이 가능한 최초의 휴양림이다. 자연휴양림이란, 하이킹 캠프 산림욕 레저 숙박 등 자연에서 관광이나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성된 종합시설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곶자왈 생태 체험 휴양림으로, 잠시 일상을 벗어나  힐링을 하는 쉼터로 조성된 친환경 공간인 셈이다. 230만㎡의 방대한 면적에 야영 레크리에이션 지구, 휴양 레크리에이션 지구, 생태 체험 지구와 삼림욕 지구로 구성돼 있다. 숲 속의 초가와 숲 속 휴양관이 갖춰진 숙박동, 야영장, 야외 공연장, 다목적 운동장 시설이 갖춰졌다.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해 뽑은 전국 명품숲길 20선 가운데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이 2위로 선정된 바 있듯 명실공히 명품숲이다.



제주의 허파라는 곶자왈 생성 과정에 따른 독특한 식생과 다양한 식물상을 갖고 있어 제주 특유의 곶자왈을 자연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열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지대인 이곳. 아열대식물인 천량금을 비롯해 주름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남방계 식물은 물론 한라산 고지에서나 볼 수 있는 좀고사리와 한반도의 최북단인 두만강이나 압록강에서도 서식하는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도 관찰되는 곳이다. 보존가치 높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정글 같은 원시의 숲 곶자왈에는 가시나무, 개다래, 고로쇠나무, 꾸지뽕나무, 단풍나무, 꽝꽝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해송, 삼나무, 측백나무들도 인공림으로 조성돼 숲이 울창하다.

 

 

생태관찰로 숲길을 걷다 보면 1940년대 산전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던 산전터, 주변 방목지에서 곶자왈로 들어오는 우마들을 관리하기 위한 움막터, 1970년대까지 숯을 굽던 숯 가마터가 이제는 이끼 낀 채 널브러졌다. 겨울철 추위를 피해 내려온 노루들이 피난처로 이용한 노루굴도 보인다.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곶자왈은 어디나 그렇듯 인문학적인 가치와 생태환경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다. 더불어 독특한 식생을 이뤄 기괴하게 뻗은 열대우림을 볼 수 있는 숲길은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화산 폭발로 형성된 곶자왈을 활용한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을 한겨울에 걸어보는 묘미도 각별하다.


    소재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  

    2.5킬로의 생태관찰로와 7킬로의 오름산책로 두 코스  

    난대수종과 온대수종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과 기괴하게 뻗은 열대우림의 나무뿌리를 관찰  

    휴양지구와 야영지구, 생태체험지구와 산림욕지구  

    숲 속의 초가집인 펜션형 숙박시설 및  캠핑장 규모 : 총 50면  

    표고 456.6m / 비고 112m / 둘레 4,551m / 면적 809,860㎡ / 저경 1,18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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