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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시장과 이중섭공원 입춘맞이 굿

by 무량화 Feb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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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제가 서귀포 시청사에서 열리는 시각.

그 일행보다 앞장서려고 이중섭 거리로 내려왔다.

올레시장과 이중섭 공원에서 펼쳐지는 입춘맞이 거리굿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이틀 내리 부슬거리던 비가 고맙게도 멎고 아주 쾌청한 날씨.

새 미술관을 지으려고 철거된 빈터에는 빙 둘러 가림막이 쳐있었다.

이중섭 가족이 피난시절 잠시 깃들었던 초가지붕 위로 목련 봉오리 봉긋봉긋 떠올랐다.

멀구슬나무 열매가 깔린 뜨락에 동백꽃 환하고 수선화도 피기 시작했다.

이중섭 공원으로 들어섰다.

뜻밖에도 다문다문 홍매가 피어있었다.

한라산에 백설 하얗게 쌓였으니 어머나~그렇다면 설중매 아냐?

기상예보대로라면 모레 또 폭설 소식이 기다리는데 홍매에 얹힌 눈송이를 보러 와야겠군!

해 첫 매화와의 조우로 가벼운 흥분에 휩싸인 채 무언가 특별히 상서로운 일이 생길 거도 같았다.

그러나 특별한 일은 고사하고 별일이야, 열한 시 가까워지건만 풍물놀이판 기척이 통 없잖아.

전화로 알아보니 이제 겨우 길놀이패가 올레시장으로 들어오는 중이라 했다.

언덕길 치달려 올레시장에 도착하자 신명나는 풍악소리에 얼쑤~~둥실덩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려지며 흥이 솟았다.

아암, 자고로 우리 민족은 오동씨만 봐도 춤을 춘다는 그 속담이 괜히 나왔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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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장터 흥청대기엔 이른 올레시장 한복판.

탐라국 입춘굿이 바야흐로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깃발 앞장세우고 지신 밟으며 위풍당당 들어선 상쇠가 꽹과리를 치고 우렁찬 태평소에 두웅둥 북소리, 장구와 소고소리에다 징소리도 흥겹기만 하다.

그에 더해 난타 팀인지 아프리카 토속악기 팀인지 에너지 넘쳐흘러 사뭇 역동적이었다.

한판 떠들썩하게 올레시장 터줏신께 문안드리고는 풍물소리 딱 멈추자 본격 거리굿이 시작됐다.

제주도무형문화재 제2호인 오춘옥 심방의 입춘굿 사설이 구성졌다.

열아홉부터 무업의 길에 들어 나이 어언 일흔둘, 시흥본당향에 매인 심방이 된 그녀는 살아온 세월만큼  완숙의 경지에 들었지 싶다.

내일이 입춘날, 미리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예약이 되었을 터.

이에 建陽多慶이라, 봄과 함께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리니 온갖 시름이나 걱정일랑 잊어도 좋겠지.



올레시장 입춘굿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이중섭공원에서 굿판이 펼쳐질 차례다.

걸음을 재촉해 다시 이중섭거리로 내려왔다.

한껏 흥을 돋우며 길게 이어진 풍물패 대열은 알록달록한 색동뱀 같았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라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까.

구불텅한 골목길을 지나 돌담 두른 공원에 놀이패들이 모여들었다.

중섭아재가 앉아있는 조각상 앞에서 다시 대오를 지은 그들은 한바탕 신명풀이 흥겹게 풀어냈다. 

그 다음 입춘굿을 주관하는 심방에게 바통을 넘겼다.

풍요를 기원하는 동시에 각 가정의 평안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거리굿이 끝나자  훤칠한 명창의 타령이 시원하게 굽이쳤다.

가락에 따라 풍물패들이 춤사위를 펼쳤다.

하나 둘, 공원을 둘러싼 구경꾼들까지 한데 얼려 춤을 추며 돌고 또 돌았다.

입춘굿은 한바탕 뜨거운 열기 지핀 놀이판이자 서로 다름에서 오는 갈등을 봉합하는 화합의 축제장이었다.

밝은 마을 명동에서 늦은 점심을 사먹고 돌아오니 세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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