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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 그리고 진또배기

20.05.02

by 무량화

진또배기는 짐대박이의 강원도식 사투리라지요. 진또배기는 짐대박이의 강원도식 사투리라지요.


짐대는 솟대를 이르는데 목 오리 한마리 투박하게 조각해 솟대에 세워서 대지 깊이 박아둔 진또배기.


삼재를 막아주는 수호신의 상징으로 마을 입구에 세운 장대인데, 한편 진짜배기란 뜻도 내포됐다네요.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고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허야듸야 허야듸야~~


트롯은 청승맞다며 싫어했던 사람인데 노래 괜찮네! 하며 귀 기울이게 만든 찬원이란 대학생은 예의 바르고 귀엽기까지 해 코로나정국의 우울을 날려줬는데요.


극도로 피로하면 단 음식이 땡기듯 짙은 잿빛 불안심리를 해소시키려면 밝고 신명나는 무언가가 필요했지요.


하루종일 바다만 쳐다보며 지낼 수 없어 집에서 뉴스라도 귀 기울여 봃라치면 나날이 증가하는 확진자/사망자 숫자만 운동 경기 스코어 중계하듯 해대고요.


그 바람에 두려움 더 가중되며 노이로제를 넘어 히스테리 상태에 이르겠더라고요.


독서도 영화도 몇 달 걸쳐 내리닫이로 보려니 신물이 날 즈음.


심심하다느니 고독감 같은 감정은 즐길지언정 힘들어 한 적 없는데요.


마침내 그 밖의 다른 놀거리 즐길거리가 절박하게 필요한 때였지요.


한국이 코로나로 극심한 공황의 최정점을 찍을 무렵 만난 찬원이 노래는 위로이자 위안이었어요.


연예가에서 닳고 닳아 맨들거리는 얼굴이 아닌 앳된 순수함,


단지 노래가 좋아 제 흥껏 분위기를 즐기는 꾸밈없음의 진솔함이 느껴졌고요.


손주랑 나이가 같다는 것도 호감 플러스 요인의 하나였지 싶어요.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진또배기..... 흥얼거리며 어촌마을 찾아갔지요.


소설 갯마을의 배경이라는데 아직도 여전히 고깃배 부리는 어촌이었어요.


달라진 거라곤 초가가 기와지붕으로 바뀌고 노를 젓던 배가 동력선으로 바뀐 거뿐.


더 큰 변화야 전망 좋은 위치마다 자리 잡은 멋진 빌라나 카페지만요.


그러나 학리포구는 아직도 여전히 고깃배가 들고나는 포구.


비린내 물씬 배어든 어촌마을 그대로여서 정감이 가는 곳이지요.


또한 50년대 소설인 오영수 작가의 대표작 <갯마을> 배경이기도 하답니다.



나란히 나란히, 장어를 깨끗하게 손질해 반건조시켜 구이용으로


오영수 소설 <갯마을> 첫머리에 나오는 달음산이 저만치 우뚝


일일이 손이 많이 가는 주낙에 쓰이는 도구들


정박한 채 얼마나 바닷속에 묻혀있었길래 가리비 굴 따개비 들러붙은 닻(anchor)


바다낚시 와서까지 검정 마스크 낀 강태공 부부의 그래도 망중한


비행운처럼 흰물결 길게 남기고 방파제로 들어오는 동력선


안에 먹이인 생선미끼를 넣어 바닷속에 던져놓는 사각통발


항로를 알리는 신호등이라는 빨간 등대(좌현으로 나감) 하얀 등대(우현으로 들어옴)


진입할 포구임을 알리는 하얀 등대를 끼고 들어와 접안해서 생선을 부리는 어선


만선의 기쁨도 담담히, 각자 주어진 일에만 충실한다면 세상사 무에 문제랴


고된 뱃일을 만선으로 답해준 납세미(가자미)


소설 갯마을에서는 멸치와 고등어를 잡았는데 세월이 흘러 이제 어장이 바뀌었는지 소롯이 가자미뿐


가자미를 크기 별로 골라 생선상자에 각각 분류시키는 선별작업


고개 한번 들지 않고 바쁘게 손 놀리는 긴 머리 붉게 염색한 외국인 근로여성(유흥업소 나가지 않아 기특)


고깃배 타고 먼바다에 나가 어로작업하다 귀항해 하선 일은 돕는 근로자들은 동남아인


몸 사리지 않고 생선더미에 엎드려 내 일하듯 열심인 아름다운 사람들


가자미를 다 내린 뒤 선체 뒷정리


바닷가 마을마다 잘 다듬어진 해신당은 풍어 약속을 무언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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