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쌍떡잎 유아기를 거쳐 싱그런 소년기를 지난 텃밭은 바야흐로 꽃 피는 청춘기.
벌이 어찌나 많이 모여들었는지 떼거리로 잉잉대는 벌소리가 한낮의 고요마저 휘젓는다.
노랑 장다리꽃에 취한 벌떼들, 꽃에서 꽃으로 날아 앉는 나래짓이 저마다 바쁘다.
꿀을 좇는 벌의 탐닉일망정 배추 장다리꽃들은 행복의 절정에 선다.
온전한 합일을 이룬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꽃에게도 벌에게도 화양연화겠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
황홀한 봄날이자 빛나는 생의 황금기를 의미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대들의 화양연화는 정녕 언제였던지?
요즘 한창인 배추장다리꽃 뒤켠, 먼저 개화를 시작한 무장다리꽃에는 어느새 씨앗 주머니가 도톰해졌다.
그렇게 텃밭 가족들의 한살이가 마무리되어도 한 해의 일월은 계속 흐를 테고...
천지만물 모두 성주괴공(成住壞空)하면서 끝없이 윤회는 거듭되겠지.
봄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처럼.
원만무애함에서 오늘은 고운 아미로 변한 달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