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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Oct 14. 2021

도쿄에는 10억 미만 아파트가 지천으로 널렸다?

일본 수도권과 도쿄의 아파트 시장




최근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10억 원을 돌파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10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을 보고 있자면

애써 외면해보려 하지만

마음이 심란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추이는

흡사 테슬라의 주가 차트를 방불케 한다.

(내 주식이 좀 랬으면 소원이 없겠다.)

출처: (좌측) 조선일보 / (우측) Investing.com


서울숲 4대 천왕에 마흔 전 입성하겠다는

무모하지만 장대한 목표를 가진 1인으로서,

탄식이 절로 나오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숲 4대 천왕



여기서 잠깐, 돌발 퀴즈!


Q. 다음에 나오는 아파트가 얼마 정도로 보이는지 한 번 맞춰 보시기 바란다.

1. 아파트(타워 맨션) 외관
2. 아파트 로비 (출처: 일본 아파트 전문 부동산 사이트 KEN)
3. 아파트 내관 1
4. 아파트 내관 2 (나름 오션뷰)
5. 아파트 발코니


사진만 봐선 감이 안 잡히실 수 있으니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추가하자면,

1. 대기업 건설사에서 시공한 프리미엄 아파트
2. 전용 면적/층수 :  85㎡(25.7평)/30층
3. 방 2개, 거실 1개, 화장실 욕실 별도, 발코니 1개
4. 방향 : 정남향
5. 조망권 : 매우 좋음(시티뷰 & 오션뷰)
6. 입지 : 도쿄 도심에 위치, 지하철역에서 도보 6분 역세권
7. 도보 3분 거리에 대형 마트 및 각종 음식점 위치
8. 도보 10분 거리에 대형 복합 쇼핑몰 위치
9. 도보 1분 거리에 해안 산책로 있음
10. 하네다 공항까지 지하철로 30분 이내
11. 쓰레기 분리 수거장 각 층마다 보유
12. 인터넷 이용료 무료


도심에 위치한 역세권 아파트인 데다

집 바로 근처에 대형 마트복합 쇼핑몰도 있다.

햇살 가득 들어오는 정남향

도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 맛집이다.

집 앞에 바로 해안 산책로가 있어

아침에 조깅하기도 딱이다.

공항도 30분 안에 갈 수 있으니  

해외여행 갈 때도 편리하다.


정말 꿈같은 조건의 아파트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 정도 할까?

 

20억?

30억?

아니면 그 이상?


정답은...



2021년 10월 13일 기준,

이 아파트의 매매 시세는 8,770~9,170 엔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10억 원이 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아파트는 일본 지방에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아파트다.

(도쿄역, 긴자에서 지하철로 불과 15분 거리다.)


거짓말 같은가?


나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일본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비싼 월세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1. 월세에 비해 집값이 저렴한 도쿄



일본 사람들은 월급의 30% 정도가 월세로 나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월급이 300만 원이면 월세로 100만 원 정도 나가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도쿄의 월세는 살인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우선 도쿄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려면 월세가 최소 100만 원은 넘게 든다.

도쿄 중심가를 기준으로 10평 미만 원룸 평균 월세가 100~200만 원, 10평대 집이 200만 원 대, 10평대 후반~20평대 초반은 300만 원 대다. 서울에 비하면 도쿄의 월세는 가혹할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임차가 아닌 매매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7~9억 원 정도면 도쿄 도심위치한 20평대 고급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10억 원대면 일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 미나토쿠(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청담 같은 곳)에 고급 아파트를 살 수도 있다. 대신 같은 집이라도 매매가 아닌 월세로 들어갈 경우, 한 달에 내야 되는 돈이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인으로서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도쿄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파리 같은 다른 선진국의 수도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집값에 비해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 전 세계 유일무이한 전세제도 때문이다.




#2. 일본 수도권의 아파트 시장



우선 일본 수도권의 아파트 시장을 살펴보기 전에 한국과 다른 점 몇 가지를 미리 일러두겠다.


첫 번째로,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아파트는 일본에서는 아파트가 아닌 '맨션'이라고 부른다.

'맨션' 중에서도 프리미엄 초고층 맨션은 일본에서 탑(Tower)처럼 높은 션이라고 하여 '타워맨션'이라 불린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파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므로 그냥 '아파트'라고 칭하겠다.


두 번째로, 일본 아파트는 한국 아파트보다 기본적으로 좁게 나온다.

일본 비즈니스호텔에 한 번이라도 묵어본 분이라면 아마 아실 거다. 일본 집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좁다. 일본에서는 보통 60~70㎡대 (18평~20평대 초반) 아파트가 일반적이다. 20평만 넘어도 넓은 축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아파트는 주차비를 따로 받는다. 지역과 아파트 급에 따라 요금은 달라지지만 기본적인 주차료 시세는 약 2~3만 엔(약 21~31만 원)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미나토구, 츄오구 등 일부 부촌의 초고급 아파트는 한 달에 5만 엔(50만 원)까지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사람들이 차를 잘 끌고 다니지 않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3가지를 감안해서 봐주시기 바란다.



일본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 TOKYO KANTEI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일본 수도권 지역 신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6,055만 엔(한화 약 6억 3,600만 원)이다. 같은 해 구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3,487만 엔(약 3억 6,614억 엔)이다.


요즘 한국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이 신축, 구축 가릴 것 없이 10억 원대에 육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

출처: TOKYO KANTEI (東京カンテイ)


일본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약 10년간 신축·구축 모두 완만히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처럼 드라마틱하게 집값이 치솟는 건 아니지만

일본 수도권 아파트도 나름 꾸준히 우상향 추세다.


반면 아파트의 평균 면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 사람들이 소형 평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넓은 아파트가 소형평수 아파트에 비해 인기가 없다.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구입할 때도 넓은 평수보단 소형평수 아파트가 훨씬 유리하다. 왜냐면 애초에 넓은 아파트의 살인적인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아파트가 한국 아파트보다 좁게 나오는 걸 고려해서 평당 단가 기준으로도 한 번 살펴보자.


2020년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평당 단가327.7만 엔, 구축은 평당 186.1만 엔이다.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85㎡ (25.7평) 크기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본 수도권의 85㎡ 신축 아파트 가격8,422만 엔(8억 8,430만 원),

동일 면적의 구축 아파트 가격4,783만 엔(5억 220만 원)이다.


85㎡을 기준으로 봐도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0억 원을 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5억 원 정도면 수도권 구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사무치게 부럽다..



#3. 도쿄의 아파트 시장



그렇다면 수도권이 아닌 도쿄의 아파트 시장은 어떨까?


참고로 도쿄는 총 23개의 특별구(区)와 서쪽 외곽지역에 위치한 26개의 (),

그리고 그 외 몇 개의 작은 마을()과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서울과 도쿄의 부동산을 비교할 때

서울의 25개 자치구와 주로 비교되는 곳이 도쿄 23구다.


출처 : https://ilsc.tokyo/support_city.html 에서 구글 한국어 번역


i)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추이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도쿄 23구 지역 신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7,564만 엔(약 7억 9,400만 원)이다. 1㎡당 가격은 122.1만 엔(약 1,282만 원)이다.


아파트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2014년 대비 약 25.4% 증가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과 마찬가지로 한국처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85㎡ (25.7평)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도쿄 23구의 85㎡ 신축 아파트 평균 시세는 1억 379만 엔(약 10억 9천만 원)이다.

확실히 도쿄 중심 지역에다 신축이라 그런지 비싸긴 비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일본에선 80㎡가 넘는 대형 평수 아파트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큰 평수의 아파트가 별로 선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ii) 도쿄 23구 동네별 신축 아파트 가격 비교


그렇다면 도쿄 23구 모든 동네의 신축 아파트가 다 똑같이 비싼 걸까?

당연히 아니다.

같은 도쿄 23구 안에서도 동네별로 편차가 심하다.

도쿄 23구 주요 동네별 신축 아파트 시세 (출처: manen.jp)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을 훌쩍 올려버리는 동네가 바로 도쿄의 심장부인 미나토구, 치요다구, 시부야구다.

한국으로 따지면 강남구, 중구, 용산구 같은 곳들이라고 보면 된다.

시부야구(1억 3,120만 엔), 미나토구(1억 1,875억 엔), 치요다구(1억 348만 엔) 순으로 비싸다.


이 3개의 구를 제외하고는 다들 고만고만하다.

3개 구를 제외하고는 신축 아파트라도 우리나라 돈으로 4~8억 원 정도면 있으면 구입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사무치게 부럽다...


 

iii) 도쿄도 구축 아파트 가격 추이


참고로 도쿄의 구축 아파트 시장은 어떨까?

일본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도쿄도 전체의 구축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 추이를 보면, 2006년 이후로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2020년 기준 4,000만 엔(약 4억 2천만 원) 이하를 밑돌고 있다.

구축 아파트 가격이 신축 아파트 가격에 거의 절반 수준이다.


신축·구축 할 것 없이 10억 원 넘게 치솟고 있는 서울 아파트와는 상당히 상반된 양상을 보인다.




#4. 궁금증



일본 수도권 지역과 도쿄의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보니 아무리 봐도

서울 아파트보다 도쿄 아파트가 저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일본은 주택 대출 금리가 무려 0%(변동금리 기준)로 대출 이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나는 일본의 주택 대출 금리를 듣고 놀라 까무러쳤는데

일본 친구들은 한국의 주택 대출 금리가 2~3%대라는 걸 듣고 너무 비싸다며 놀라 까무러쳤다.

일본 은행의 주택 대출 금리 (출처: https://zuu.co.jp/media/housing-loan/interest-of-housing-loan)


정리하면,

일본은 대출 금리도 0%대로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고,

한국과 비교해서 월세에 비해 집값이 훨씬 저렴하다.


아무리 봐도 집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도쿄에서 시세 7~8억 원짜리 20평짜리 아파트 월세가 300만 원이 넘는 걸 생각하면,

월세로 사는 것보다 매매를 하는 게 훨씬 이득 아닌가?

대출을 껴서 아파트를 구입한 다음, 월세를 내놓으면 몇 번만 돌려도 본전을 뽑을 텐데.


내 집 마련하기 최적의 환경처럼 보이는데도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일본인 친구들 중에 집을 산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참고로 내 친구들은 다들 사회생활 7년 차 직장인들이다. 그중에서는 연봉 1억이 넘는 무역상사나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수두룩 하지만, 대부분 10평 미만의 원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심지어 친구들 중 절반이 이미 결혼을 했는데도 결혼 후 원룸보다 조금 넓은 10평대 집으로 이사 가서 신혼살림을 꾸리는 경우가 많다.


주택 대출 금리가 0%대인 데다

도쿄의 살인적인 월세를 생각하면

집을 사는 게 훨씬 이득일 것 같은데

왜 일본의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을 서두르지 않는 걸까?


아니 도대체 왜..?


일본 청년들이 내 집 마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내 집 마련에 심하게 연연하는 사람으로서 꼭 알아내야겠다.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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