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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Oct 17. 2021

도쿄에서도 내 집 마련이 '하늘에 별따기'일까

내 집 장만을 부추기는 일본 정부와 은행  



지난주 일요일,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멍 때리며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


"까똑!"


일요일에 카톡이 울리다니..

한국에선 철저하게 아싸였던 내가 일본에선 약간

인싸가 된 것 같아 살짝 뿌듯해하며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일본 유학시절을 같이 보내고 지금은 한국에 사는 친한 친구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친구 : OO아, 너 그냥 한국 3년 동안 안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그냥 돈 모아서 다시 일본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

나 : 갑자기 무슨 일이여ㅎㅎㅎㅎ

친구 : 집값 미친 듯이 또 뛸 텐데ㅠㅠ 집 살 자신이 없다ㅜㅠ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냐는 친구의 절망 섞인 연락에 전날 마셨던 술이 확 깼다.


내 비록 몸은 도쿄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서울을 그리며

서울에 사는 걸 꿈꾸는데 

한국에 안 오는 게 좋겠다니..

왜.. 지금 한국이 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친구의 말을 듣고 부동산 관련 기사를 검색해봤다.

난리도 아닌 한국의 부동산 상황

7월 말 주재원 발령을 받아 서울을 떠날 때도 부동산 시장이 답 없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갈수록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내 집 마련'은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 경험 중 하나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인 만큼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건 당연하지만,

요즘 한국의 상황을 보면 이렇게까지 어려워야 하나 싶다.


치열한 입시·취업 을 뚫고 사회에 나와서

이제야 좀 인생을 즐겨보나 했는데

이번엔 내 집 마련 전쟁이라니.

똑똑하고 유능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평생을 파이터로 살아야 하는 숙명인 걸까.


어떻게든 내 집 마련을 위해서라면

'영끌'도 주저하지 않는 한국 청년들과 달리,

주변의 일본 친구들은 보면 내 집 마련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부동산보다는 골프나 서핑 같은 자기만의 취미생활에 푹 빠져 지내는 친구들이 많다.

애초에 일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부동산이 대화 주제 거리로 나온 적이 없다.


문득 일본의 상황은 어지 궁금해졌다.

일본도 한국처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서 자포자기를 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알고 싶어졌다.







#1. 일본은 내 집 장만하기 어려운 환경일까



우선 일본도 한국처럼 평범한 월급쟁이가 내 집 장만하기 어려운 환경인지 한 번 살펴보자.


1. 주택 가격


일본의 수도권 주택 가격은 2012년 이후 완만히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드라마틱하진 않다. TOKYO KANTEI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 6,055만 엔(약 6억 3,600만 원)이다. 같은 해 구축 아파트 가격은 3,487만 엔(약 3억 6,614억 엔)이다.

출처: TOKYO KANTEI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85㎡ (25.7평) 크기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본 수도권의 85㎡ 신축 아파트 가격8,422만 엔(8억 8,430만 원), 동일 면적의 구축 아파트 가격4,783만 엔(5억 220만 원)이다.

즉, 우리나라 돈으로 7~9억 원 정도면 도쿄 도심에 위치한 20평대 고급 신축 아파트도 구입할 수 있다. 신축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신축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구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도 있다. 일단 아파트 가격만 보면 오히려 한국의 수도권 아파트보다 저렴해 보인다.



2.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


일본에서는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면 정부에서 재산세를 5년간 반액 감면해준다. 취득세 산정 시에도 주택 과세 표준에서 무려 1,200만 엔(약 1.2억 원)이나 감면해준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정부는 오히려 자국민에게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참고로 신축 아파트 구입 시에는 중개 수수료도 일절 들지 않는다. 왜냐면 건설 회사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출처: 부동산 세금 가이드 (https://www.nomu.com/tax/buy/shutoku.html)


3. 주택 대출 금리


다음으로 일본의 대출 금리는 어떨까? 일본의 주택 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기준 0.5% 이하로,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다. 거의 이자 없이 원금만 갚아나가면 된다고 봐도 될 정도다. 35년 완전 고정금리도 1%대 수준이다. 심지어 변동금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주택 대출 변동금리가 갈수록 상승하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출처: https://mogecheck.jp/articles/show/Badj0Pn72Ma129V6pZyY


4. 주택 대출 조건


그럼 주택 대출은 아무나 받을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일본 은행에서 주택 대출을 받으려면 대출 심사 통과해야 한다. 심사에서는 대출 신청자의 직업, 나이, 연간 소득, 근속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연간 소득이 높을수록, 근속연수가 길수록 대출에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는다.

출처: https://www.sbs-mhc.co.jp/column/feature/210601/

일본의 경우, 주택 대출 한도 금액이 보통 연간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대출 가능한 금액 한도는 연간 소득의 7~10배 정도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연간 소득의 최대 10배 정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수도권에 10억 원짜리 신축 아파트를 사려면 연봉이 최소 1억 원은 돼야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영끌'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5. 일본 사람들의 평균 연봉


주택 대출 한도가 연간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 일본 사람들이 집을 살 경제 여력이 없는 건 아닐까?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급여 수준이 한국보다 낮아졌다는 말 어디서 주워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정말일까?

일본 국세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433만 엔(약 4,500만 원)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3,744만 원, 2019년 기준)보다는 약 20% 높다.

출처 : 일본 국세청 < 2020 민간급여 실태 통계조사 >
출처: 한국 국세청 <2020년 국세통계연보>

특징적인 점은 일본의 경우 근속연수가 높아질수록 퇴직 직전까지 연봉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근속연수 1~4년 차에는 연봉이 400만 엔 미만 수준이지만, 근속연수 30~34년 차 평균 연봉은 남성 기준 743만 엔(약 7,700만 원)이다. (참고로 이 수치는 대기업 근로자가 아닌 일본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다.)

일본은 아직 종신고용 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사기업이라도 대부분 정년이 보장된다. 연봉도 정년 때까지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주택 대출금 상환도 수월해진다.

따라서 주택 대출금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 측면에서 봤을 때도 한국보다는 일본이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은 '영끌'할 필요 없이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6. 기타 주택 취득 비용


일본도 한국처럼 주택 취득 시 취득세, 등기비용, 부동산 중개 수수료, 화재 보험료(지진 등의 재난 대비 보험) 등 부수적인 비용이 든다. 통상 주택 가격의 4~10% 정도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일본에서 주택 구입 시 소요되는 부대비용 >

• 계약금 : 부동산 가격의 1~2%였으나 현재는 계약금 없이 대출 가능한 은행이 대부분
• 중개 수수료(중개인이 없는 경우는 불필요) : 부동산 가격의 3%(단 신축은 중개 수수료 없음)
• 세금 · 등기 비용(인지세, 등록 면허세, 등기 수수료, 부동산 취득세, 재산세)... 30~50만 엔
• 대출 · 보험료(보증료, 화재 보험, 지진 보험 등)...... 60만 엔
• 기타 비용(이사 비용, 가구, 커튼 등)...... 50만 엔

→ 총 소요 비용 = 부동산 가격의 4~10%


그러나 일본에는 이러한 주택 취득에 소요되는 부대비용까지 빌려주는 은행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기타 비용 포함 주택론(諸費用込みの住宅ローン)'이라 불리는 주택 대출 상품으로, 계약금, 부동산 중개수수료, 세금 등 주택 취득 시 소요되는 부대비용을 빌려주는 것이다. 심지어 이사비용까지 빌려주는 은행도 있다. 대출 이자도 2%대 정도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자기 자본금이 거의 없어도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살 수 있다.

기타 비용 포함 주택론 (출처: https://diamond-fudosan.jp/articles/-/109301)


전반적으로 일본의 주택 시장을 살펴봤을 때, 평범한 회사원이 내 집 장만하기에는 한국보다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다. 아무리 봐도 집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2. 도쿄 아파트에 살면 매월 얼마나 들까?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주택을 구입하면 세금이나 유지 비용이 많이 들까?

부동산 보유세와 관리비 등 기타 소요비용이 얼마 정도 드는지 알아보자.

  


1. 부동산 보유세


일본의 부동산 보유세는 '고정자산세'로 불리며 세율은 재산가치 평가액의 1.4%다. 여기에 '도시계획세'라고 하는 0.3%의 목적세가 붙어 재산가치 평가액의 1.7%가 매년 부과된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5,000만 엔짜리 집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85만 엔의 세금이 산출된다.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5억 원짜리 집에 연간 850만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보유세 1.7%를 한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재산세 최고세율(0.4%)의 4 배지만, 2 주택 이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3.0%)보다는 낮다. 또 한국은 누진세율이지만 일본은 단일세율 과세다. 따라서 한국의 종부세처럼 일정 금액을 넘는 재산에 부과하는 누진과세는 없다. 참고로 일본의 GDP 대비 거래세 비율은 0.3%로, 한국(2.0%) 보다 낮으므로 한국에 비해 거래세 부담이 적다.

< 일본의 부동산 보유세 >
• 고정자산세 = 재산가치 평가액 X 1.4%
• 도시계획세 = 재산가치 평가액  X 0.3%

※ 매년 1월 1일 주택 소유자에게 통상 3년마다 이뤄지는 재산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고지서가 발송되며, 연간 총 4회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2. 아파트 관련 월 소요 비용


일본에서 아파트에 살 때 월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에는 크게 아파트 관리비, 수리비 적립금, 주차요금이 있다.

아파트 관리비는 시설관리 및 공용 공간 청소 비용으로 월 10~16만 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수리비 적립금은 향후 대규모 수리에 대비해 징수하는 비용으로 매월 약 5~10만 원 정도 소요된다.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주차요금도 매월 지급해야 하는데 통상 20~30만 원 정도다. 모든 비용을 다 합치면 수도권 기준 월 약 40~50만 원 정도 소요된다.

출처: TOKYO KANTEI

비인간적인 주차비를 보면 알겠지만 도쿄는 차를 끌고 다니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도쿄 시내 주차시설의 평균 주차요금은 시간당 500~1,000엔 정도로 기본적으로 굉장히 비싸다. 대신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으므로, 직업적으로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굳이 차를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차를 사지 않으면, 월 고정지출 비용을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



#3. 요약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 수도권의 '마련' 환경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주택 가격 : 일본 수도권 주택은 한국 수도권에 비해 주택 가격이 저렴하다.

2. 정부 혜택 : 일본에서는 신축 아파트 구입 시 취득세재산세감면해준다.

3. 대출 금리 : 일본의 주택 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기준 0.5%대다.

4. 대출 한도 : 일본 주택 대출 한도는 일반적으로 연간 소득의 7~10배 정도다.

5. 평균 연봉 : 일본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한국 근로자의 평균 연봉보다 높고,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므로 대출상환에 유리하다.

6. 부대 비용 : 일본에서는 주택 취득 시 세금 및 각종 부대비용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자기 자본금 거의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7. 세금 : 일본의 부동산 보유세는 1.7%로 한국보다 재산세율은 높지만 종부세는 낮다.

또한 한국의 종부세처럼 일정 금액을 넘는 재산에 부과하는 누진 과세가 없다.

일본의 GDP 대비 거래세 비율은 0.3%로, 한국(2.0%) 보다 낮으므로 한국에 비해 거래세 부담이 적다.

8. 아파트 관리 비용 : 일본 아파트에 살면 매달 관리비, 수리비 적립금, 주차요금이 소요된다. 총비용은 수도권 기준 월 40~50만 원 수준이다. 만약 주차공간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20~3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4. 일본 2030 세대들은 집을 못 사서 안 사는 건 아니다



일본 청년들이 수도권에서 집을 사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일본 정부와 은행에서도 자국민들에게 집을 사라고 팍팍 밀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2030들은 내 집 마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매월세 중에 뭐가 더 유리한 지 신중하게 고민한다.

실제로 구글 재팬에 검색해보면 주택 매매와 월세 중 뭘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글을 수두룩하다.

애초에 '매매'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 사람들이 집을 못 사서 안 사는 게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임대와 매매 중 뭘 선택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일본인들 (출처: 구글 재팬)



왜 일본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있는 선택지를 두고도

매매와 월세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걸까?



술자리를 가장한 '교묘한' 취중진담 취재를 통해

일본 친구들의 속내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다시 돌아오겠다.  




To be continued.... 



[지난 편] 일본 수도권과 도쿄의 아파트 시장 ▼

https://brunch.co.kr/@jamiee0214/31


같이 보면 좋은 글 ▼

https://brunch.co.kr/@jamiee02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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