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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Aug 09. 2021

일본의 부자들은 어디에 살까? 도쿄의 부자 동네

일본의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

일본의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

 


상당히 자극적이고 속물적인 제목이다.


어쩔 수 없다.


원래 부동산에 아예 관심도 없던 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잡고 관악구 봉천동에서

4평 원룸 살이를 하며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게 됐다.


일본에 오기 전까진 서울숲 근처의 원룸에 살았었는데

서울숲에 산책 갈 때마다 그곳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를 보며

'저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했다.  

 

주재원 발령을 받고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전날 밤,

마지막으로 혼자 서울숲을 거닐며

서울숲의 랜드마크, 서울숲의 4대 천왕을 보고   

반드시 5~10년 안에 성공해서 저곳에 입성하리라 다짐했다.

목표는 주변 사람에게 공표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을 또 어디서 주워 들어서

가족과 남자친구에게도 나의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비장함과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엄지손

....


그리고 회사에서 주재원 발령을 받고 도쿄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당장 한 달 동안은 호텔 레지던스에서 지낼 예정이지만

8월 말에는 집을 구해서 이곳을 나가야 한다.


처음엔 내가 살던 원룸보다 넓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역까지의 거리, 주변 환경, 입지, 조망권, 집 방향, 층수까지...

점점 희망 조건이 늘어났다.

그동안 서울에서 원룸 살이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쌓였던 집에 대한 울분이 폭발했나 보다.


이왕이면 일본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부자 동네에 살고 싶어졌다.

살기 좋은 동네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도쿄의 부동산 시장 조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1. 도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도심 3구



도쿄는 총 23개의 특별구(区)와 서쪽 외곽지역에 위치한 26개의 (),

그리고 그 외 몇 개의 작은 마을()과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서울과 도쿄의 부동산을 비교할 때

서울의 25개 자치구와 주로 비교되는 곳이 도쿄 23 구.


출처 : https://ilsc.tokyo/support_city.html 에서 구글 한국어 번역


도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도쿄 23구의 중심부에 위치한

치요다구(千代田区),

츄오구(中央区),

미나토구(港区)로,

이 세 개의 구를 '도심 3구'라고 부른다.


우선 주택지 *공시 가격(公示地価)이 가장 높은 지역을 살펴보면

1위부터 9위까지 전부 치요다구미나토구가 차지하고 있다.

 (*공시 가격 : 일본 국토교통성의 토지감정위원회가 정한 1㎡당 토지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토지거래나 상속세 및 고정자산세 평가, 금융기관의 담보평가, 기업이 보유한 토지의 시가평가의 기준 및 지표로 활용된다.)


<표1. 주택지 공시가격 랭킹>

출처 : https://ieul.jp/column/articles/1839/

1위는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로 공시 가격(1㎡당 토지 가격)이 484만 엔(한화 약 5천만 원)이다.

평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1평당 1,600만 엔(한화 약 1억 6,6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본도 역시 땅값이 장난이 아니다.


다음으로 상업지 공시 가격(公示地価)이 가장 높은 지역을 살펴보면

상위 1위부터 4위까지가 긴자가 있는 츄오구에 위치해있으며,  5위가 치요다구에 위치해있다.


<표2. 상업지 공시가격 랭킹>

출처 : https://ieul.jp/column/articles/1839/

1위는 도쿄 츄오구 긴자 4쵸메에 위치한 야마노 악기(山野楽器) 건물

1㎡당 토지 가격이 무려 5,360만 엔(한화 약 5억 5,700만 원)에 달한다.

평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1평당 1억 7,688억 엔(한화 약 18억 4천만 원)이다.


악기 파는 곳이 평당 18억 원이 넘다니..

도대체 어떤 악기를 파는 곳일까..

충격적이다..

혹시 내가 잘못 계산한 거라면 부디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럼 도쿄 도심 3구(치요다구, 츄오구, 미나토구)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2. 도쿄 도심 3구 각각의 특징



1) 치요다구(千代田区)


치요다구(千代田区)는 일본의 황궁, 국회의사당, 주요 정부부처와 언론사들이 위치한 곳으로 일본 경제와 정치의 중심지다. 서울로 치면 중구 같은 곳으로, 대기업 및 공공기관 오피스 빌딩이 밀집되어 있다. 이 빌딩 숲 지역을 '마루노우치(丸ノ内)'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마루노우치 오피스가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여성을 '마루노우치 OL(Office Lady)'이라고 부르는데, 마루노우치 OL은 뭇 여성 취준생들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치요다구는 도심지이기 때문에 서울 중구처럼 유동인구는 많지만, 실질적인 거주 인구는 적어서 인구밀도는 가장 낮은 곳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여기는 사람이 사는 동네라기 보단 돈 벌러 가는 동네라고 볼 수 있다.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마루노우치 빌딩 숲 (출처 : www.fun-japan.jp/en/articles/8606)


2) 츄오구(中央区)


츄오구(中央区)는 고급 백화점과 명품관 등이 밀집된 긴자, 니혼바시가 위치한 지역으로 핵심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일본은행 본점, 도쿄 증권거래소 등이 위치해 있으며, 치요다구와 더불어 도쿄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한다.

참고로 츄오구는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일본에서 부동산 투자로 매력적인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츄오구는 예전부터 인구를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고층 맨션을 많이 지어 공급 세대수를 늘려왔다. 공급이 증가하자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 1997년까지만 해도 7만 명에 불과했던 츄오구 인구가 2021년 올해 17만 명으로 약 2.4배 이상 증가했다.

인구의 증가는 곧 수요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곧 집값 상승을 의미한다.

실제로 츄오구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돈 많은 일본 부자들이 선호하는 동네는 아니지만, 일단 워낙 교통입지와 상권이 좋다 보니 꾸준히 수요가 있는 동네다.

츄오구에 위치한 긴자 (출처 : www.luxurytravelmagazine.com/news-articles/finding-authentic-tokyo-in-t)


3) 미나토구(港区)


미나토구(港区)의 주요 지역으로는 아카사카, 아오야마, 롯폰기 등이 있다. 약 48개의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으며 IT 대기업, 언론사, 외국계 기업의 일본지사가 위치해 있어 이곳 역시 일본 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에는 경제 중심지 참 많다.)

TV 방송국이 밀집되어 있고 고급 고층 맨션이 많아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도 유명하다.

도쿄의 상징 도쿄 타워롯폰기 힐즈가 있는 동네가 바로 이 동네다.

대사관과 외국계 기업이 많다 보니 외국인 거주자가 미나토구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도쿄 타워와 롯폰기 힐즈가 있는 미나토구 (출처 : 호텔 아고다 닷컴)

굉장히 특징적인 점은

미나토구에 무려 100개가 넘는 공동묘지(납골당)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는 것이다.

구글 맵에 '도쿄 묘지(東京墓地)'라고 검색해보면

특정 지역에 묘지 아이콘이 집중되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미나토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왜 도심에 묘지가 집중되어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참조 바란다.)

미나토구에 위치한 납골당(공동묘지) 출처 : 구글맵


#3. 일본의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



그렇다면 도쿄 도심 3구(치요다구, 츄오구, 미나토구) 중에서도

돈 많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동네는 어디일까?


지극히 속세에 찌든 질문이긴 하지만

궁금해서 도쿄 23구 주민의 연평균 소득 통계를 찾아봤다.


<표3. 2020년 도쿄 23구 주민 연평균 소득 통계>

2020년도 도쿄 23구 거주자 연평균 수입 통계 (출처 : 일본 총무성)


일본 총무성에서 제공한 통계 자료를 보면,

미나토구(港区)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연평균 소득이

1,163만 엔(한화 약 1억 2천만 원)으로

도쿄 23구 중 당당히 소득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평균 소득이 1억 원이 넘는다니 상위 소득의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를 번다는 거냐...


같은 도쿄 23 구내에서도 소득 격차가 상당한데,

소득 1순위인 미나토구(港区)와 23순위인 아다치구(足立区)는

평균 연소득이 무려 816만 엔(한화 약 8,500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평균소득을 자랑하는 이분들은

주로 미나토구에 위치한 고급 주택이나 타워맨션(초고층 고급 맨션)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 부자들이 많이 사는 대표적인 부자동네로는

시로가네(白金), 아자부 주방(麻布十番) 등을 꼽을 수 있다.

(왼쪽) chintaibest.com/kuchikomi_minatoku/ (오른쪽)livable.co.jp/mansion/toshin/shirokane-shirokanedai


실제로 가보면 긴자나 마루노우치처럼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급 편집숍, 명품숍, 예쁜 카페, 레스토랑, 고급 식료품점,

그리고 뭘 파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련되게 꾸며놓은 가게들도 많다.

전체적으로 고즈넉하고 일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동네다.


내가 현재 묵고 있는 아오야마 호텔도 미나토구에 있는데, 주변에 고급 슈퍼 밖에 없어서(사과 3개에 8천 원...)

써브웨이랑 편의점만 주야장천 가고 있다.  

부자 동네인 만큼 생활 물가도 장난이 아니다.


참고로 이 동네는 8평도 안 되는 작은 원룸 방 월세가 약 13만 엔(한화 약 140만 원)이다.

숨통 좀 트이는 방을 구하려면 최소 월세 200만 원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15평 정도 하는 방은 월세가 300~350만 원에 육박한다.  



#4. 결론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자.'

라는 말이 있다.


무리해서 미나토구에 입성했다고 치자.

지금도 호텔 앞 고급 슈퍼에서

사과 하나 살 때도 손을 덜덜 떠는데

동네슈퍼 물가가 백화점 식료품점보다 비싼 동네에서

3년을 생활한다고 생각해보면...


안 그래도 없는 살림에

미나토쿠 럭셔리 주재원 라이프를 만끽하려고 무리했다간

돈을 모으긴커녕 쪽박 신세를 면치 못할 게 뻔하다.


무엇보다도

가슴 깊이 품은

서울숲 4대 천왕 입성의 꿈은

영원히 꿈으로만 간직하게 된다.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결론 : 부자동네는 부자가 된 다음에 가는 걸로..


기다려라 서울숲의 4대 천왕...!!!!!!

서울숲의 4대 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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