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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Aug 03. 2021

기괴한 그랜드 도쿄 호텔

일본의 신기한 납골당 문화



도쿄 올림픽 개최 기간과 코로나 시국이 겹친 8월에 일본 주재원 발령을 받아 7월 말 일본 도쿄행 비행기를 탄 나는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린 대장정이긴 했지만 무사히 도쿄 시내에 입성할 수 있었다.



#1. 두근♥두근 도쿄 도심 호텔 레지던스 입성기



한국에 있을 때 (작은 원룸 방이긴 하지만) 서울숲 근처에 살면서

서울숲 한강이 얼마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해 주는지 깨달은 나는

일본에서 임시로 묵을 호텔을 구할 때도 주변에 공원이나 이 있는 곳을 위주로 찾았다.


구글맵을 열심히 뒤져보다가 도심에 위치한 호텔 중

주변에 넓은 공원을 끼고 있는 호텔을 발견했고, 망설임 없이 바로 그곳으로 결정했다.

내가 묵을 호텔은 일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아오야마(青山)'에 위치한 호텔 레지던스였다.

아오야마에 위치한 내가 묵을 호텔


오모테산도~아오야마 일대는 한국으로 치면 청담이나 압구정 같은 동네로 비유할 수 있는데, 주변에 세련된 카페나 명품숍이 즐비한 동네로 도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다.

출처 : https://travel.rakuten.co.jp/mytrip/ranking/spot-aoyamaomotesando


호텔에 도착하기 전까지 도심 한복판 좋은 동네에 주변에 넓은 공원까지 있는 곳에 묵을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나리타 공항에서 1시간 가까이 걸려 드디어 도착한 호텔.

호텔 외관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주변에 예쁜 가게나 카페가 많고 뭔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굉장히 세련돼보였다.

호텔 외관

웅장한 호텔 외관에 기대감이 올라간다.


입구 엘리베이터

예쁘게 꾸며놓은 입구 엘리베이터도 마음에 든다.

뭔가 내가 출세한 느낌도 들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물론 출세는커녕 현실은 뭣도 없다..^^)

체크인도 굉장히 순조로웠고 빠르게 내가 묵을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안내받은 방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여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묵게 된 호텔 레지던스 내부사진

한국 아파트처럼 엄청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서울에 살면서 원룸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지방러로서

이런 방에서 짧지만 한 달만이라도 살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꾸며놓은 방이 마음에 쏙 들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갑자기 100000% 상승하는 대목이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너무 신나서 촌스럽게 사진을 몇십 장씩 찍어대고

가족, 남자친구, 친구들한테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창문이 큰 것도 마음에 들었고 블라인드 커튼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바깥 뷰는 또 얼마나 멋질까 기대하며 블라인드 커튼을 조심스레 열었다.



#2. 들어는 보셨나요? '묘지 뷰' 호텔이라고...



블라인드 커튼을 여는 순간,

다른 의미로 입이 떡 벌어졌다.


내 호텔방에서 보이는 멋진 공동묘지뷰 ^^...

......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본능적으로 보면 안될 것을 봐버린 것 같아

황급히 블라인드 커튼을 닫고 잠시 후 다시 열어보았다.


뭔가 비석 같은 게 많이 보이는데

역사 기념관 같은 건가..?

그런데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저렇게 한 군데 몰빵 되어있을 것 같진 않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분명 이 호텔을 알아볼 땐

호텔 근처에 넓은 공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다시 한번 구글맵을 켜서 확인해본다.

호텔 예약할 땐 보이지 않았던 저 초록색 지대의 정체

호텔을 예약할 땐 보이지 않았던

호텔 옆 넓은 공원의 명칭이 한눈에 들어온다.


"Aoyama Cemetery(青山霊園)"


내가 공원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은

'영혼'들의 공원(영원)이었다...


넓은 공원에서 매일 아침 조깅할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저곳에서 영혼들과 함께 조깅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밤에 잠은 잘 수 있을까..


도쿄에서도 땅값이 제일 비싼

미나토구 지역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다.


한국이었으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한국에서는 차가 없으면 정말 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는 공동묘지가

일본에서는 도쿄 도심 한복판에 밀집되어있다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도쿄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한테 연락해서

도심지에 공동묘지가 몰려 있는 이유를 물어봤다.


친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면서 설명해줬다.



#3. 얼떨결에 알게 된 일본의 신기한 납골당 문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은 공동묘지를 보고 무섭다거나 불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조상신을 모셔온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공동묘지란 무섭고 으스스한 곳이 아니라,

항상 자신들을 지켜주는 조상신들이 계신 곳이라는 것이다.


도심지에 있는 납골당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돈이 정~말 많은 사람들만 그곳에 묻힐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21년도 일본 도쿄도의 납골당 평균 비용을 살펴보면

92만 엔으로 한화 약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이다....(후들후들..)

2021년도 일본 수도권 납골당 평균비용 (출처 : https://www.lifedot.jp/tokyo-noukotsudou/)


구글에 일본어로 '도심 묘지(都心 お墓)'라고 검색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검색 결과가 좌르륵 나온다.


구글재팬에서 '도심 묘지'로 검색한 결과 (구글크롬 한국어로 번역)


단어 몇 개만 바꾸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검색 광고같다.

호기심이 생겨서 실제로 키워드를 몇 개만 바꿔보기로 했다.



단어 몇 개 바꿨을 뿐인데

도심에 위치한 고급주택 부동산 매물 광고라고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참고로 '롯폰기 힐즈'나 '아자부 주반'이면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 안에서도 최고로 비싼 동네다.)


실제로 일본 도심 주요 지역의 최신 빌딩형 납골당의 경우

200만 엔(한화 약 2,2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고,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쿄 도심 납골당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일본 사람들의 마음

서울 도심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In TOKYO After Death ≒ In Seoul While Living...?



#4. '묘지 뷰' 호텔 레지던스 숙박 후기



일본 사람들은 공동묘지를 무서운 곳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묘지 뷰'에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낮에는 괜찮다 쳐도

밤에 혹시 도깨비불이 보이면 어떻게 하지..

꿈에 뭐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안 그래도 담력도 약한데 제대로 잠이나 잘 수 있을까

별의별 걱정을 다했다.


체크인했던 당일 첫날밤,

창문 블라인드 커튼을 전부 다 닫고

침대에 누워 애써 잠을 청했는데....

.

.

.

.

.

.

오래간만에

정말 꿀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찌나 개운하던지

이런 걸 바로 숙면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


일본 조상신들이 한국인인 나도 지켜주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숙박 5일 차인 오늘 아침은

묘지 뷰를 보며 모닝커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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