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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Nov 21. 2021

"취업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ep3. '난이도 극상' 한국 취업게임 참가를 위한 무기 장착

"취업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1.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겠지



2016년 봄, 첫 직장을 그만둔 후

태어나서 처음 누리는 무한의 자유에 만취해

흥청망청 놀고먹다 보니, 불과 몇 개월 만에 1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았던 을 모두 탕진해버렸다.


1년간 회사에서 내 시간과 노동을 팔아 번 으로 달콤한 자유를 샀었는데,

이제는 거꾸로  때문에 자유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좋아하는 일이나 적성을 따지며 여유를 부리고 앉아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먹고사는 데 지장 없을 만큼의 충분한 월급을 주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당시 문과생에게 충분한 월급을 주는 회사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고용이 안정적인 곳보다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 취업하고 싶었다.

전반적으로 대기업의 연봉 수준이 공기업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에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았다.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돌아와서 본 한국의 취업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좁디좁은 땅에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있는 '대한민국'의 취업 시장에서는

지원자의 성장 가능성이나 잠재력이 아닌

당장 눈에 보이는 스펙과 직무역량을 훨씬 중시했다.


회사에 들어가면 어차피 처음부터 실무를 다시 배워야 하는데, 취준생한테 왜 그리 많은 걸 요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까

더럽고 치사해도 한국 취업시장의 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취업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기(스펙)를 장착할 필요가 있었다.




# 2. 스펙 쌓기 목표 설정 : "선택과 집중"



쓸데없는 스펙을 쌓는 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긴 죽어도 싫었기 때문에 다음 2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1. 내가 가진 능력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스펙

2. 짧은 시간 안에 쌓을 수 있는 스펙


조건에 맞는 스펙을 찾다 보니 어학 점수(영어, 일본어), 한국사 능력시험 정도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어학 점수는 단시간 내에 내가 보유한 능력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한국사 시험은 대기업 취업 실패 리스크에 대비해 공기업 취준 시 필요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OA 자격증을 비롯한 그 밖의 스펙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과감히 스킵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스펙을 결정한 후, 정확한 목표치기한을 설정했다.


목표 : 2016년 8월 안에 다음 3가지 목표 모두 달성하기 


토익 950점, 토익스피킹 Lv.7

JLPT(일본어 능력시험) 1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 



# 3. 무기 장착을 위한 여정 : 퀘스트 깨기


1.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급 (2016.5.28. 수험)


한국사 시험공부는 EBS 최태성 선생님의 고급 한국사 인강을 들으며 한 달 조금 넘게 공부했다. 전체 강의수가 무려 87강에 달하고, 강의 시간도 한 강의 당 50~60분 내외로 분량이 엄청나다.

분량 압박이 상당하지만, 갓 태성 선생님께서 워낙 썰을 잘 푸셔서 듣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당시 일본에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애국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던 때라 집중이 더 잘된 걸 수도 있다.  

출처: EBS (https://www.ebsi.co.kr/ebs/lms/lmsx/retrieveSbjtDtl.ebs?courseId=S20130001114)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고, 한국사 시험 기출문제집을 1권을 푼 후 시험을 치러갔다.

수험 결과,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100점 만점에 88점을 취득해 목표하던 한국사 시험 1급 합격 커트라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급 취득 완료 인증



2. 토익 및 토익스피킹 (2016.7월 수험)


토익과 토익 스피킹은 병행해서 준비했다.

토익은 문제집을 풀면서 독학으로 준비했고, 토익 스피킹 학원의 도움을 받았다.


[1] 토익

하필 당시 ETS에서 토익 시험 유형을 개정하시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리스닝 파트에서 2명이 대화하던 게 3명으로 바뀌고, 리딩 파트에서 지문 3개가 한 세트인 장문의 독해 문제도 등장했다.

토익은 해커스에서 나온 빨간 책(리스닝), 파란 (리딩)으로 공부했다.

광고 아님... (출처 : YES24)


리딩 파트에서 특히 문법 파트를 꼼꼼히 공부했다. 왜냐면 문법 문제에 투입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장문 지문 독해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법 파트에서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정답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오답노트는 시험 전까지 몇 번이고 펼쳐봤고, 시험장에도 가져가서 시험 직전까지 훑었다.


문제집을 통해 어느 정도 기본기를 쌓은 후에는 실제 시험 볼 때처럼 시간제한을 두고 모의고사를 최대한 많이 푸는 데 집중했다.


처음 시험 칠 때는 개정된 시험 유형에 적응을 잘 못해 시간 배분에 실패하는 바람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수험료와 시간이 너무 아까웠지만, 토익 점수는 꼭 필요했기 때문에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공부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수험 끝에 리스닝 파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운 좋게 940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목표 점수는 950점이었지만, 토익공부를 계속하는 게 너무 지치다 보니 그냥 이쯤에서 접기로 했다.

토익 940점, 토익스피킹 Lv7. 180점 취득


[2] 토익 스피킹


한국 기업은 토익뿐만 아니라 영어 스피킹 점수까지 요구한다는 걸 듣고 정말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단시간 안에 고득점 취득을 위해 토익 스피킹 학원을 다니면서 한 달 정도 준비했다.


사실 토익 스피킹 공부에는 많은 시간을 투입하진 못했다. 시험 전날까지 탬플릿도 거의 못 외워서 잘해봐야 레벨 6 정도 받겠거니 생각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시험을 쳤는데, 그날따라 뭔가 아다리?가 잘 맞아서 첫 시험에서 레벨 7 (180점/200점 만점)을 받고 토익 스피킹을 졸업할 수 있었다.


첫 시험에서 목표하던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일단 '운빨'이 가장 컸다.

조금 덧붙이자면, 시험을 치는 게 아니라 사이버 친구와 '수다'를 떤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말하다 보니 크게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토익 스피킹 시험에서는 질문에 뜸 들이지 않고 즉각 즉각 대답할 수 있는지를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3. 일본어 능력시험(JLPT) 1급 (2016.7.3. 수험)


일본어 능력시험은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시험 전날 JLPT 1급 기출문제를 한 번 풀어본 게 다였다. 일본어를 중학생 때부터 했고, 일본에서 5년이나 살았는데 만점을 못 받으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다. 시험 당일, 귀국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라 아직까진 일본어가 잘 들리고 잘 읽혀서 다행히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JLPT 1급 만점 달성


백수 생활로 남아도는 시간을 활용해 2016년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약 3개월 간,

한국사 능력시험 1급 / 토익 940점 / 토익 스피킹 레벨 7(180점) / 일본어 능력시험 N1 만점

4가지 무기(스펙)를 장착했다.



#4. "한국 취업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물론 이 정도 스펙은 일반적인 한국 취준생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귀국 당시 아무런 스펙도 없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 본격 BEFORE & AFTER 비교체험 ❤ >

장족의 발전


3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4가지 무기를 장착한 후, 드디어 용기를 내어 한국 취업시장에 문을 두드려 보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취업 게임 초대장


"취업 게임(난이도 : ★★)에 참가하시겠습니까?"


"... Y.. YES..."






To be continued...



※ 다음 이야기 ▶ 일본 대기업 퇴사자의 한국 대기업 취뽀기(뽀개진 후기) 

지난 이야기 ▶ 놀면 뭐하냐고? 백수도 24시간이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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