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밤 한 봉지 삶아
과도 하나 들고
신문지 한 장 펴고
저녁을 가득 채우시던 어머니
한 해 굳어진 고동색 껍질들
자식 입 채우려
오도카니 단단해진
같은 색 그 손 안에서
무르게 흩어졌다
허연 속살 드러낸 밤이
내 입안으로 달게 달게 들어올 때
마디마디 굳은 어머니 손이
밤의 살색과 닮았다는 걸
그 어린 저녁에는 몰랐었다
화톳불이 토닥토닥
밤 껍질 두드려 열던 겨울에야
내 입에 밤 넣어주던 그 딱딱한 손
다신 잡을 수 없다는 게
밤 가시처럼 날 찔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