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미 May 05. 2016

33. 인생에 쓴 맛이 필요한 이유

먹는 대로 사는 채식 이야기 by 꾸미

맛이 쓰다.

1. 혀로 느끼는 맛이 한약이나 소태, 씀바귀의 맛과 같다.

2. 달갑지 않고 싫거나 괴롭다.

예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 맛은 언제나 썼다.


누구나 맛본 적 있는, 그렇지만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쓴 맛. 

혀에게도 인생에게도 참 괴로운 맛인 '쓴 맛'


저는 이 쓴 맛이 두렵고 싫기만 했는데

봄 제철 채소들을 만나며, 쓴 맛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답니다. 




하루는 어머님이 나물 반찬을 해오셨는데, 그게 '민들레 잎' 반찬이었습니다. 된장으로 무친 민들레 잎 반찬은 무척 맛있었죠! 제가 좋아하는 한 나물 요리 책에 고급 나물로 민들레 잎이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으웩!!! 이 민들레 잎, 텃밭 주변에서 채취한 뒤 생으로 먹어보니 무척이나 쓴 맛이 나는 거예요. 

 엄청난 쓴 맛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한약보다 10배는 더 쓴 맛!!!),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추장과 매실액을 섞어 무침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민들레의 쓴 맛이 약해지면서 좋은 향만 남게 되더라고요. 약간의 쓴 맛은 위액과  입안에서 맴도는 활짝 핀 봄의 향기...! 다른 채소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봄나물 중에서는 '쓴 맛'이 나는 것들이 많더군요. 고모의 텃밭 주변에서 채취해보았던 '엄나무순'도 그냥 먹게 되면 쓴 맛이 강한데, 그 만큼 상큼한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짝만 간을 하여 쓴 맛의 여운을 남긴 반찬을 만들게 되면 입안에서 향이 살아 춤추는 특별한 반찬을 만들 수 있답니다. 신기하게도 다른 소스와 먹으면 쓴 맛은 괴롭기보다 고소하거나 상큼한 맛으로 변하게 된답니다.


 제가 텃밭에서 키우는 '치커리'라는 잎채소도 그냥 먹게 되면 쓴 맛이 강합니다. 하지만 다른 채소들과 어울려 살짝만 간을 해주면 오히려 입맛을 돋우게 하고 맛을 살리는 역할을 해주지요. 쓴 맛의 치커리 채소를 함께 넣으면 샐러드도 깊이 있는 맛을 내게 됩니다.


 지난날 제 인생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쓴 맛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 초중반에는 달콤함을 느낄 새도 없이 쓴 맛이 휘몰아치는 시간들이 많았달까요.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지금의 인생을 더 맛깔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다른 채소들과 함께 먹을 때 더 고소한 맛을 내는 쓴 맛처럼, 쓰디쓴 인생의 경험들을 잘 요리하게 되면, 더욱더 맛깔난 인생을 살게 해 줄 재료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아, 그래도 쓴 맛이 싫다고요? 

맛의 원리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즐기는 기호식품의 대부분이 약간의 쓴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달콤하고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데 무슨 소리냐 싶죠?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 술, 차와 같은 것들, 사실은 쓴 맛을 가지고 있데요. 생각해보면 쓴 맛, 그렇게 싫지만은 않지요? 사실은 우리는 모두 적당한 쓴 맛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걸요.

 

 커피처럼, 봄나물처럼, 쓴 맛은 진한 향기의 여운을 남겨줍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쓴 맛의 뒤에는 반드시 향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쓰디쓴 맛이 찾아올지라도 당신의 인생은 결국 향기로울 것이라는 걸요.




* 쓴 맛의 효능

- 적당한 쓴 맛은 식욕촉진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막힌 것을 뚫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봄나물이 가지고 있는 쓴맛과 비타민들은 나른한 정신에 활력을 주기도 한답니다.



콩비지로 만든 리코타 치즈, 치커리 샐러드


시큼하고 고소한 맛의 진짜 치즈 같은 고소한 비건 치즈를 콩비지로 만들어보세요. 버려지는 콩비지로도 카페에서 먹던 리코타 치즈 샐러드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요. 쓴 맛의 치커리는 소스와 다른 채소들과 어우러져 훨씬 고급스러운 맛을 느끼게 해준답니다. 몸이 찬 분들은 부추를 넣어 약간의 매콤함을 더해주면 훨씬 더 매력적인 샐러드가 됩니다.



1. 콩비지 리코타 치즈

<재료>

- 콩비지 100g

- 소금 1/4 작은 술
- 화이트 와인 비네거 (또는 레몬주스 / 또는 식초) 1/2 작은 술
- 아가베 시럽 1/2~1 작은 술
- 간장 1/4~1/2 작은 술
- 두유 1 큰 술
- 올리브유 1/3 큰 술 

* 간장 시럽은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조절하세요.

<만드는 법>
- 모든 재료를 함께 섞은 뒤 마지막으로 올리브유를 넣어 섞어주세요.



2. 치커리 넣은 샐러드

<재료>

- 치커리 잎, 비트잎, 새싹, 부추 

- 발사믹 소스, 올리브유 약간 






쓴 맛의 나물을 맛있게 먹는 법


쓴 맛의 나물들은 고추장 또는 초장 등의 매콤한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어떻게 무쳐야 할지 모를 때에는 살짝 데친 뒤, 고추장 또는 초장을 넣어 살짝 버무려보세요. 그냥 초장에 찍어 드셔도 맛있답니다.

 단 본래의 쓴 맛을 너무 잃어버리진 않도록, 장의 달콤하고 짠맛으로 범벅이 되게 하진 마세요. 쓴 맛 뒤에 느껴지는 봄나물의 상큼한 향기가 사라져버린답니다. 



-

먹는 대로 산다.

꾸미



매거진의 이전글 32. 봄, 향기를 발견하는 식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