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Oct 24. 2021

13. 날 배신하든 뒤통수를 치든 말든

 상대가 나의 업무적 불찰로 인해 나를 냉정하게 대하더라도 그것이 업무상인 이유라면 상대를 야속하게 생각해서 미워해서는 안된다. 친한 동료로부터 배신을 당해서 상대에게 증오와 분함을 품은 채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여 살아가야 한다면 일은 일대로 안되고 스트레스만 쌓여 나만 손해를 보게 된다.


 직장 생활의 동료들은 전쟁터의 전우와 같지만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서라면 상대에게 냉정해 지고 야속해저야 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냉정하게 대했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도 자격지심이다.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정당방위인 것처럼 직장 생활에서 내가 살기 위해 룰의 테두리 안에서 상대를 배신할 수도 있다. 


상대가 뒤 통수를 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2013년 경력으로 입사를 한 회사에서 K 부장을 만났다. K 부장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나에 대해서 잘 대해줬다. 경력으로 입사해서 내가 적응을 잘하지 못해 바로 퇴사는 하지 않을까? 걱정을 내비치며 항상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나를 볼 때마다 안부를 묻고 퇴근 후에는 가끔 술도 마시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정년까지 가보자며 서로 위로와 응원을 해주곤 했다. 


K 부장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일을 해보고자 매일 같이 야근도 불사하고 자료를 만들고 생각을 하고 부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고분 고투했다. 알고 보니 K 부장도 이곳에 경력으로 입사를 했는데 처음에 동료들의 텃세가 심해서 잘 적응을 못하고 입사 초기에는 퇴사를 많이 고민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처럼 경력 사원들이 적응하는 과정을 볼 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힘든 상황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나에게 잘 대해줘야 하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나는 해외 대리점들을 관리하고 그들이 매출을 잘 내도록 도와주는 업무를 했다. 그런데 해외 대리점 중에 말을 안 듣는 대리점이 있었다. 현지 일본인이 대리점 대표로 있었으며 나이는 대략 당시 60대 중반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자신만의 주관이 확실해 고집도 셌다. 그래서 자신보다 경험이 적고 나이 어린 본사 담당자들을 무시하고 지시를 해도 따르지 않아서, 나의 전임자도 퇴사를 하고 내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K부장은 내가 이곳에 입사했을 때 나의 전임자들처럼 우유 부단하게 대리점 대표를 대하지 말고 대리점 대표가 뭐라고 해도 절대 주눅 들지 말고 요청할 것은 강력하게 요청하고 지적할 것은 반드시 지적하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 현지 대리점 사장과 전화 회의를 하다 내가 지시하는 일에 대해서 계속 반대만 하길래 추궁을 했다. 나는 현지의 신규 고객 개척을 위해서인터넷으로 조사한고객들을 방문하여 조사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인 대리점 대표는 처음부터 반대를 했다.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해서 나는 전화를 확 끊어 버렸다. 다음 날 일본인 대리점 사장은 나와 회의를 하다가 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K 부장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고 회사의 사장 아들에게도 나의 태도에 대해서 예의가 없다며 나를 맹 비난하는 이야기를 했다. 


K부장은 곧 나를 불러서 웃으면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외국인 대리점 사장에게 왜 그렇게 대했냐고 하면서 그래도 한 방 잘 먹여주었다고 하면서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약 2 주일 뒤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인사 부서를 통해서 알아보니 K 부장의 결정이었다고 했다. K 부장은 겉으로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나와 대리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아무리 대리점 말을 잘 듣지 않아도 융통성 있게 대리점을 움직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당시 내가 아마추어였던 것을 인정한다. 일본인 대리점 대표가 말을 듣지 않았어도 융통성 있게 조율을 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 실수였다. K 부장은 내가 해고 통지를 받은 날에도 나에게 웃으면서 안부를 물었고 나는 해고의 결정적인 키맨이 K 부장이었던 것을 안 이상 그에게 더 이상 웃지 않았고 그의 인사도 무시했다. 


물론 지금은 K 부장이 프로다운 프로라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나의 아마추어적인 태도에 대해서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K 부장이 나를 잘 대해 주었기 때문에 K 부장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 하려고 했지만 K 부장은 나를 업무 성과를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K 부장이 그 상황에서 나를 해고시킨 건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서 최선의 결정이었다. 나 또한 K 부장이었다면 동일한 결정을 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믿었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 기 때문이다. 


[미션]

-배신을 당한 기억을 생각해 보고 이유를 생각해 본다. 억울하겠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본다. 


-부득이하게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상대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이전 12화 12. 침묵이 무기가 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