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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유진영 Apr 15. 2020

카페라떼와 메추리알

마음으로 아는 것

어제가 내 생일이었다.


아이들과 생일초에 불을 켜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간다. 각자의 아지트가 있었던 거 마냥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나에게로 모인다.


그러더니 각자 준비한 선물들을 수줍게 내민다.          

카페라떼 두 개와 메추리알...!               


 

보자마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이 주는 그 선물에 담긴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실 나는 매일 아침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7시 30분까지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식구들이 다 자고 있기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 시간 온전히 나에게 몰입할 수 있다.

그때 하는 나의 주요 공부는 몸과 마음공부다.  


감사일기로 하루를 시작하며 내 존재, 내 삶을 축복하고,

모닝 스트레칭으로 내 몸 구석구석 활력을 충전한다.

명상으로 깨끗하고 편안한 나의 마음밭을 일구고

아침 독서로 나에게 필요한 지혜를 만난다.          

마음이 동하면 밖으로 나가 태양을 맞이하며 아침 러닝을 즐기기도 한다.          


그 새벽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한 선물로 아침에 정성스럽게 커피 한잔을 내린다.     


오늘 아침도 잘 지냈구나..

나를 위해 온전히 잘 썼구나..

하며 자그마한 보상을 나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이 맛이다.      

내가 새벽을 사용하는 맛!     

이렇듯 아이들도 내가 평소 커피를 즐긴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고 있었던 것.     


어제는 생일인 나를 위해 나 대신 큰 딸내미가


 "엄마 선물~"


하면서 커피 한잔을 내려주었다.

그것에 곁들일 만한 달콤한 솜사탕 머랭 쿠키를 뜯어 나에게 건네준다. (단쓴조합을 좋아하는나)     

나는 그것이 선물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수줍게 내민 그 마음.


평소 단쓴조합을 좋아하는 나에게 커피+솜사탕머랭쿠키를 건넨  첫째 딸아이의 마음...

          

운동하는 엄마가 즐겨먹는 달걀 요리를 알고

카페라떼와 메추리알을 수줍게 내민 둘째, 셋째 아이의 그 마음..         


나도 그 마음을 마음으로 알고 느낄 수 있다.


어제의 감동 여운 바통을 이어 받은 오늘 새벽,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있다.

클래식의 '클' 자도 모르는 내가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 책을 읽고 클래식의 매력을 마음 깊이 느껴보고 싶어졌다.     


여덟단어에 이러한 부분이 나온다.


"준비할 수 있어야해요. 클래식, 고전을 만나기 위해서는, 함부로 씹다 버린 껌처럼 여기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우리는 첨성대를 알고, 비발디를 알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압니다. 하지만 진짜 알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합니다. 단순히 비발디 좋지. 바로크 알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그거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나오는건데'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해요. 그러다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겁니다."


-여덟단어 속-



그렇다. 진정 그 사람이 감흥하여 즐기고 있는 것을 나도 알고 싶다.

안다는 것은 진정 마음으로 느껴야 알수있는 것이다.


어제 내 생일로 받은 아이들의 마음,

오늘 내가 타인이 느낀 그 마음을 진정 느끼고자 하는 이 시간.     

그것의 연결이 낳을 또 다른 마음의 연결...!     

이것이 사는 맛 아닌가 싶다.                    


인생의 맛.



꼭 맛보고 싶은 것만 맛보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느껴보지 못한 맛도 먹어보면서  새로운 맛이 주는 깨달음, 감동과 희열 등  다양하게 느끼며..

그렇게 살고 싶다.



"그래.. 이맛! 이 맛이 을매나 맛있게요!"

오늘도 빅마마님의 음성지원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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