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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온전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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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Jan 19. 2022

눈의 위로

노력하는 사랑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하얗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세상으로 내려온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외치는 눈이다.




어젯밤,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여전히 엄마와 나는 평행선을 달린다.

평생 자식 위해 살았다는 엄마인데,

나는 왜 평생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을까.

엄마는 다 줬다 말하는데,

나는 왜 텅 빈 가슴뿐일까.

자식 때문에 힘들게 살았다 하는데,

나는 왜 부모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어쩌면 우린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르다.


나도 알고 있다.

엄마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하지만 어려서부터 나는 늘 그런 엄마를 이해해야만 했다.

그때 나는 어렸고,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했다.



나는 엄마에게 드라마에서나 봤던 자상함과 포근함을 기대하지만,

엄마는 모진 세월을 살아내느라 자식에게 줄 마음마저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는 내가 바라던 엄마의 모습이 되려 무던히 애를 다.

내가 드라마 속 엄마가 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

나만의 대본을 만들고, 내가 만든 무대에서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이라고, 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엄마라는 역에 푹 빠졌고,

아이들과 사랑에 빠졌고,

이제는 그저 삶이 되었다.



오래전 드라마에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사랑은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나도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그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의 고통을 감추며,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바라는 것임을.


열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눈이 내린다.

올해 첫 함박눈이다.

쉽게 그치지 말고,

쉽게 녹지 말고,

아픈 상처를 덮어 감싸주기를...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눈이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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