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하얗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세상으로 내려온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외치는 눈이다.
어젯밤,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여전히 엄마와 나는 평행선을 달린다.
평생 자식 위해 살았다는 엄마인데,
나는 왜 평생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을까.
엄마는 다 줬다 말하는데,
나는 왜 텅 빈 가슴뿐일까.
자식 때문에 힘들게 살았다 하는데,
나는 왜 부모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어쩌면 우린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르다.
나도 알고 있다.
엄마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하지만 어려서부터 나는 늘 그런 엄마를 이해해야만 했다.
그때 나는 어렸고,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했다.
나는 엄마에게 드라마에서나 봤던 자상함과 포근함을 기대하지만,
엄마는 모진 세월을 살아내느라 자식에게 줄 마음마저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는 내가 바라던 엄마의 모습이 되려 무던히 애를 썼다.
내가 드라마 속 엄마가 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
나만의 대본을 만들고, 내가 만든 무대에서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이라고, 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엄마라는 역에 푹 빠졌고,
아이들과 사랑에 빠졌고,
이제는 그저 삶이 되었다.
오래전 드라마에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사랑은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나도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그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의 고통을 감추며,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바라는 것임을.
열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눈이 내린다.
올해 첫 함박눈이다.
쉽게 그치지 말고,
쉽게 녹지 말고,
아픈 상처를 덮어 감싸주기를...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눈이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