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lla Aug 31. 2022

당신은 '홀로'가 편한가요? 1


홀로서기 1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딘가에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슬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 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바람이 차갑다.

깨어난 아침, 이불 밖으로 나서기가 힘들다.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다.


이런 날이면 

문득, 

'홀로'라는 단어가 사무친다.


가족이 있건

친구가 있건

곁에 그 누가 있다해도


결국

우리 모두 홀로 왔다가

홀로 돌아가야 한다.



계절은 그런 감각을 일깨운다.

뜨거운 여름 아래, 환하게 빛나던 시간들이

조용히 사라질 준비를 한다.


푸른 나뭇잎조차

홀로 떨어져 내릴 준비를 한다.


홀로를 깨닫는 다는 건

외롭다는 것과는 다른 감각을 깨운다.

홀로 서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음을

오히려 고요 속에 주변을 헤아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여름이 그랬다.


목적과 계획이 어긋나고

좌절과 절망이 차 올랐지만

변하는 온도가 

나를 다시 흔든다.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혼자의 몫이다.


핑계는 필요없다.


그저,

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일뿐.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에게 그리운 곳은 어디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