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원서, 루틴을 유지하는 방법 1

공부흔적을 남겨라

by 윤셰프







나는 중국어 원서 읽기의 과정을 따로 기록하는 노트를 한 권 가지고 있다. 독서 모임이 코로나로 중단된 뒤, 혼자서도 습관을 이어가 보려고 그날의 읽기와 생각을 아주 짧은 한 줄 메모로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시해 보였던 그 메모들이 쌓이자, 내 독서의 방향과 속도가 눈에 보였고, 그 기록이 5년 넘게 원서를 읽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노하우 또한 그 노트에서 나왔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 노트나 한 권, 그리고 펜이면 충분하다. 페이지 한 장을 세로로 가볍게 접어 왼쪽에는 그날의 “미션”, 오른쪽에는 “결과”를 적는다.




미션은 크게 네 가지다: 원서 읽기, 필사, 낭독, 짧은 번역해 보기. 잠들기 전, 오늘의 미션에 체크 표시를 하고 실제로 읽은 분량(시작~끝 페이지), 한 줄 요약, 인상 깊은 문장, 새로 배운 표현이나 문화 포인트를 적는다. 잘 안 읽히는 구간을 만났다면 이유도 간단히 남긴다. 난이도가 높은가, 배경지식이 부족한가, 혹은 집중이 흐트러졌는가. 다음 날의 작은 수정 계획까지 적으면 더 좋다.




이 단출한 형식은 메타인지를 깨운다.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어디에서 막혔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한눈에 보게 한다.




페이지 수가 늘어나는 날엔 독해력이 자란 만큼의 기쁨을, 게을러 흐트러진 날엔 이유를 직면하고 다시 붙들어 올 실마리를 준다. 스터디나 SNS 인증이 없어도, 내 노트 속 체크표시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적어 남긴다’는 행위 자체다. 흔적은 방향을 만든다. 기록이 있으면 길을 잃어도 돌아올 좌표가 생긴다.




공부를 하지 못한 날도 기록한다. “못했다”가 아니라 “왜 못했는지”를 적는다. 그러면 내가 시간을 어디서 새게 하는지 보인다. 내 경우, SNS 확인과 소소한 모임이 시간을 파먹었다. 카톡 확인 시간을 모아 처리하고, 동네 엄마들과의 커피 모임은 과감히 줄였다.




아이들을 돌보며 생기는 빈틈에는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무조건 책을 집어 들었다. “오늘 하루 정말 시간이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기록으로 확인하는 습관은, 허비되는 시간을 공부 시간으로 재배치하게 했다.





날짜,

오늘의 미션,

읽은 분량,

한줄요약,

오늘의 문장,

잘 읽혔던 혹은 잘 읽히지 않았던 이유.





공부기록에는 이런 것들을 적는다.






이 최소한의 형식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읽기”가 “성장”으로 바뀌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은 지루한 공부를 ‘전진하는 일’로, 외로운 시간을 ‘축적되는 일’로 전환시킨다.





가끔은 중국어원서가 지루하게 느껴지고, 혼자라는 감각이 크게 다가온다. 그럴 때 노트를 펼치면,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작은 손전등을 건넨다.



두 페이지라도 읽은 날, 단 한 문장만 필사한 날, 아무것도 못하고 이유만 적은 날까지, 모든 날이 줄지어 서서 등을 떠밀어 준다. 공부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돌아오는 능력에 가깝다는 것을 나는 이 노트에서 배웠다.





결국 기록은 읽기를 성장으로 바꾸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장치다. 지루한 시간을 전진하는 시간으로, 외로운 시간을 축적되는 시간으로 바꿔 준다. 언젠가 페이지 귀퉁이에 남긴 체크들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변화는 번쩍 오지 않는다. 다만 매일의 한 줄이, 가장 먼 길을 가장 짧은 길로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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