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원서, 반복 읽기의 힘

메타인지로 깊게 읽고 오래 기억하기

by 윤셰프






‘贪多嚼不烂(탄뚸쟈오뿌란)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입에 넣지 않고,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욱여넣어 씹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는다.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을 가늠하여 적당히 먹고 꼭꼭 씹어 먹어야 잘 소화되어 충분한 영양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중국어 원서를 읽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권의 책이라도 여러 번 읽어보며 정독하고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으로만 훑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고,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익히며, 내용을 곱씹듯 음미해야 진짜 실력이 된다.


무작정 많은 원서를 읽거나, 무조건 어려운 원서를 선택한다고 해서 중국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권의 원서를 얕게 훑는 것보다, 오히려 한 권이라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원서를 반복해서 정독하며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읽은 내용이 진짜 내 것이 되고,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깊이 이해하는 경험이야말로 중국어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훨씬 더 큰 힘이 된다.




마오쩌둥은 삼복사온 독서법을 실천했고, 여기에 덧붙여 사다 원칙을 준수했다고 한다. 삼복사온 독서법은 세 번 반복해서 읽고, 네 번 익히는 것이다. 쉽게 편하게 한 번 눈으로 읽고 마는 그런 독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다 독서 원칙은 다독, 다사, 다상, 다문을 말한다. 다독은 많이 읽는 것이고, 다사는 많이 베껴 쓰는 것이고, 다상은 많이 생각하는 것이고, 다문은 많이 질문하는 것이다. 마오쩌둥은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최소한 세 번 반복하고, 네 번 익혔다.

<초의식독서법>, 김병원





사실 원서 읽기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책을 ‘읽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책장에 읽은 중국어원서가 한 권 두권 쌓여 나가는 건 분명 기분 좋은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내가 쓸 수 있는 중국어로 무엇을 남겼는가 하는 점이다.



생각하고, 찾아보고, 한 문장이라도 직접 써보거나 번역해 보며 내용을 머릿속에 붙잡아두려는 노력이 없다면, 결국 남는 건 단지 ‘읽었다’는 기분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흐려지고, 중국어 실력을 채워줄 수 있는 영양분은 빠져나가버린다. 원서에서 읽은 것을 나의 언어로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텍스트와 반복적으로 마주하며 내 안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깊이 있게 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완벽한 공부』의 저자는 단순 반복 읽기는 비효율적인 학습 방법이라고도 말한다. 한 연구에서 A그룹에게는 교재를 한 번만 읽게 하고, B그룹에게는 두 번 연속 읽게 한 뒤 시험을 보게 했는데, 즉시 시험을 봤을 때는 B그룹의 점수가 더 높았지만, 몇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시험을 보자 양쪽의 성적 차이는 거의 없었다. 즉, 단순히 반복해서 읽는 것만으로는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습자들은 반복 읽기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연습 문제를 풀거나 요약하는 것보다 훨씬 덜 부담스럽고, 읽다 보면 교재 내용이 익숙해지면서 마치 완전히 이해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느낌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읽으면 단지 내용이 ‘익숙해진 것’ 일뿐, 실제로는 깊은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위 연구에서 말하는 반복 읽기는 다소 기계적인 방식이었고, 단순히 횟수만 늘린 독서였기에 비효율적이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어원서를 읽으며 중요한 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메타인지’ 전략을 활용해 점차 이해가 깊어지는 반복 읽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메타인지란 공부할 때 내가 감독관이 되어 ‘지금 내가 무엇을 잘 알고, 어디가 헷갈리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을 중국어 원서 읽기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체화할 수 있다. 원서를 읽기 전, 원서를 읽는 과정, 원서를 읽고 난 후의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몰랐는지, 원서를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지, 책을 다 읽고 난 후 책의 내용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 보며 점차 깊이 있게 읽어가는 것이다.



한번 읽은 중국어원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읽는다면, 책 한 권을 다 읽기 위해 써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 또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그냥 놔둔 채 읽는 횟수만 늘리게 되면, 아무리 재독을 한다고 해도 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메타인지를 활용한 반복 읽기는 중국어 학습이나 원서의 독서 효율을 분명히 끌어올려 준다. 어떤 부분을 덜 집중하고, 어떤 부분을 더 집중해야 할지 파악하며 읽고, 잘 이해가 안 되거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을 더욱 집중해서 읽으면서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기억하면서 장기기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이해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읽는 과정에서 단순히 문자만을 해독하는 수준을 넘어서, 중국어 표현에 담긴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까지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중국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여, 중국어 실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동시에 견고히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나는 중국어원서를 깊게 읽기 위해서 한 권의 원서를 3번 이상 읽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법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훑어 읽기, 정독하기, 질문하기 등을 적용하여 방법을 달리하며 다시 읽는다. 매번 중국어원서를 세 번씩 ‘정독’으로 읽을 수 있는 여유도 좀처럼 나지 않을뿐더러 원서를 읽으며 내가 모르는 부분을 깊게 파고들어 가 책과 중국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더 정교하게 다듬으며, 책이 나의 삶과 연결되도록 읽기 위해서이다.


처음에는 밑줄 표시나 간단한 메모를 하며 가볍게 훑어 읽고, 두 번째로 읽을 때는 밑줄 치거나 메모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다시 읽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떠오르는 주제에 대한 근거를 찾아내거나 나의 삶과 연결시켜 보며 읽는다. 그렇게 천천히 깊이를 더해가며 읽는 것을 즐긴다. (메타인지를 활용한 더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야마구치 마유는 자신의 저서 <7번 읽기 공부법>에서 ‘이해하기 전에는 우선 인지의 과정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해를 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처음 만난 상대방과 바로 친한 친구가 되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어렵다고 느껴지고 내팽개치고 싶어진다. … 처음에는 그저 ‘아는 사이’ 일뿐이다. 인지란 이렇게 서로 아는 사이의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씩 머릿속에 정보를 집어넣고 책에 적힌 문장과 아는 사이가 되어가는 셈이다. ”라고 말한다.


누군가 처음 만났을 때 만나자마자 너무 이것저것 물어보며 깊게 알려고 하지 않듯, 중국어원서도 처음부터 모든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고 소화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알아가려고 해야 한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다 보면 어느새 좋은 느낌을 유지하면서 깊게 알아갈 수 있게 된다. 중국어원서도 처음부터 친구 하자며 너무 바짝 덤벼들지 말고, 천천히 알아가며 깊은 관계를 쌓아 나가자. 그렇게 쌓인 한 권은 원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선사하며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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