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원서 읽기 노하우
중국어 원서를 읽다 보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에서도 모르는 어휘가 우수수 쏟아진다. 어려운 문학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책이든, 원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면 잠시 고민을 하게 된다. 단어를 모두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어야 할지, 아니면 대충 넘기고 우선 읽는 데 집중할지. 모른다고 하나하나 다 찾아보자니 내용의 흐름이 끊겨 책 읽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고, 대충 넘기고 넘어가자니 '이렇게 읽어서 남는 것이 있을까' 싶은 찝찝함이 남는다.
정답은 없겠지만, 중국어 원서를 읽다가 생소한 어휘를 마주쳤을 때 ‘스킵하기, 유추하기, 찾아보기’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적용해 볼 수 있다. 모르는 단어를 모두 찾아보지 않고 모르는 단어는 건너 띄기도 하고, 글의 앞뒤 문맥을 통해 단어를 유추해 보기도 하고, 또 그래도 알고 싶고 궁금한 단어들은 사전으로 찾아보기도 한다.
그래야 원서의 스토리에 집중하며 읽어가면서도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으며, 머릿속에 차곡차곡 어휘를 쌓아가며 독해 실력이 나아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원서 읽기가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어 나갈 수 있다.
원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스킵하기’이다. 낯선 어휘를 만나면 일단 가볍게 밑줄만 쳐 놓고 다음 문장으로 쭉쭉 넘어간다. 모르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모두 찾아가면서 읽으려고 하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말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고 해서 그 자리에 멈춰서 있지 않고, 살짝 그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서 문장의 흐름에 더 집중하며 읽어나간다.
나는 원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막히면, 그 단어들이 포함된 문단 전체를 건너뛰고 읽기도 한다. 다만, 설령 페이지 가득 모르는 어휘가 가득 차게 될지라도 표시는 해 놓고 넘어간다. 처음 본 새로운 단어부터, 익숙하지만 잘 사용하게 되지 않던 단어, 뜻은 대충 알 것 같지만 문맥상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까지 표시하고 싶은 부분은 가볍게 모두 표시해 놓는 편이다.
그래야 전체적인 흐름에만 집중하며 스토리에 더 빠져들 수 있다. 또한 책을 다시 읽을 때 ‘내가 모르는 단어가 있던 부분이 어디였지?’ 하며 찾아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 설령, 모르는 단어를 '띄어 넘기'하며 읽었다 할지라도, 1 회독을 할 때 표시를 해 놓으면, 내용에 집중하느라 놓치게 된 주옥같은 단어들을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서 찾아보고 제대로 익힐 수 있다. 그렇게 모르는 단어를 '넘기며' 읽는 찝찝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유추하기’이다. 먼저 모르는 단어의 한자 모양새를 뜯어보고 대강의 의미를 유추해 본다.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는 계속해서 본다고 단어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어는 뜻을 글자로 나타낸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확실히 그 뜻을 추측하기가 쉽다. 100번을 읽으면 그 뜻이 절로 익혀진다는 말은 중국어가 뜻글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她蜷在沙发上。(그녀는 소파 위에 ______고 있다)”이라는 문장에서 ‘蜷’이라는 한자는 ‘벌레가 구불구불 기어가다’ 혹은 ‘몸을 웅크리다’라는 의미이다. 이 같은 뜻을 몰랐다고 할지라도, 벌레라는 의미의 虫과 ‘말려있다’라는 뜻의 卷으로 뜯어서 보면 ‘벌레처럼 말려있는 모습’을 의미하겠구나 하고 유추할 수 있다. 위의 문장에 적용하여, '사람이 소파 위에서 말려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웅크리고 누워있는 모습인가? 하고 의미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한자의 부수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으면 처음 본 단어라도 의미를 추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억할 때 연상하기 쉽다.
또한, 패턴을 통해 발음과 뜻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기에 원서를 읽을 때 모르는 글자가 있다고 해서 꼭 정확한 발음과 뜻을 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아 정리하며 보지 않아도 괜찮다. 예를 들어, 卷이라는 한자를 통해서 발음이 juan(쥐엔)이거나 이와 비슷한 발음일 것이라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HSK 독해 지문에 낭독을 해서 녹음한 테이프를 제출하는 파트가 따로 있었다. 주어진 지문 가운데 한두 글자는 꼭 모르는 글자가 있고는 했는데, 중국어는 영어와 달리 ‘표의 문자’이기 때문에 처음 보는 글자는 읽을 수가 없었다. 이때 당황하지 않고 시험을 잘 마칠 수 있었던 요령이 있었다. 바로 한자의 형태를 빠르게 분해해서 음을 추측한 뒤 대충이라도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을 원서 읽기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한편,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문맥’을 통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앞뒤 문장을 읽어 보면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다.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저자는 단어는 문장 안에 존재하고, 그 문장은 앞뒤 문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그 관계를 통해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人们看着,好像是我在扶他,走得慢而踉跄,但我心理知道,其实是他牵着我,带我穿过一个世纪的风,比谁都走得敏捷雷历。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할아버지를 부축하느라 걷는 게 느리고 비틀비틀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난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사실은 할아버지가 나의 손을 붙잡아 주는 것이며, 나와 함께 한 세기의 바람을 뚫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를 들어, 위의 문장에서 ‘踉跄’의 의미를 모른다고 해보겠다. 앞 문장에서 ‘사람들은 내가 그를 부축해 주는 것처럼 바라본다.’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走得慢而踉跄에서 踉跄의 의미를 ‘(부축해 주느라) 뭔가 걷는 모양새가 불안정한 느낌인가?’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성어 같은 경우도 글자를 한 자 한 자 뜯어서 해석해 보거나 문맥을 통해 의미를 예상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但非常时期,没必要责谁怪谁。明玉看似说得轻描淡写,但是一度话下来,明哲发现他竟然无法应声。不错,明玉没有指责谁,看似就事论事,但是却引发明哲对自己强烈的自责。
하지만 이 심각한 상황에 누구를 탓하고 질책할 필요는 없었다. 밍위(明玉)는 가볍게 툭 던지는 듯이 말했지만, 이 말을 듣고 나서 밍저는 순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좋다. 밍위는 누구를 질책하지도 않았고, 사실만 얘기했을 뿐이지만, 밍저가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하게 만들었다.
'轻描淡写'의 사전적인 의미는 ‘대충 묘사하다’이다. 이를 정확하게 몰랐다고 하더라도 明玉가 말하는 뉘앙스를 표현하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앞뒤 문장에서 '누구를 질책할 의도는 없었지만, 이 말을 들은 그 사람이 스스로 자책하게 만들었다'라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을 통해 ‘가볍게 이야기하고 지나간 모양새를 말하나?’하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사자성어의 경우 꼭 맥락이 아니더라도 轻(가볍다)/描(묘사하다)/淡(담백하다)/写(쓰다)라는 한자로 한 글자씩 분해해서 보면 ‘가볍게 묘사하고 담백하게 쓰다’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어, 쉽게 그 뉘앙스를 짐작할 수 있다.
원서를 읽으면서는 생소한 어휘를 너무 많이 마주치기 때문에 이렇게 바로 사전을 찾지 않고 문장 안에서, 그리고 문장과 연결되어 있는 앞뒤 맥락을 통해서 대략적인 의미를 먼저 추측해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전을 찾아보는 것은 이렇게 책을 어느 정도 읽은 뒤 다시 돌아와서 추측했던 의미와 비교해 보며 다시 익히면 된다.
세 번째 방법은 ‘찾아보기’이다. 즉, 사전에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중중 사전’이든 ‘중한사전’이든 말이다. 어떤 단어는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단어는 모르는 채로 넘어갔는데 뒤에서 계속해서 여러 번 나오는 어휘들도 있다. 혹은 내가 알고 있는 의미 만으로는 의미 파악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문장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동사 같은 경우 의미를 잘 모르고 넘어가면 다음 내용까지 이해되지 않거나, 글의 핵심을 쉽게 놓치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내가 어떤 내용을 읽고 있는지, 핵심 줄거리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글자만 따라가며 의미 없는 독서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럴 때는 사전으로 정확한 의미를 찾아보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다만,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사전을 찾아본다고 해도, 찾은 단어를 단어장에 따로 정리하지 않고 다시 읽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물론 킨들이나 微信读书(웨이신두슈)와 같이 전자책으로 읽는 경우에는 모르는 단어를 드래그하면 바로 중중 사전의 의미가 나타나기 때문에 단어를 찾아보는 것 자체로 독서의 흐름이 크게 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종이책으로 원서를 읽는 경우, 사전에서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모바일을 켜야 하기 때문에 단어를 검색하는 것 자체만 해도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다. 그런데 모르는 단어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까지 반복해서 하다 보면, 글을 읽는데 속도가 더디게 되어 흥미를 잃을 수 있도 있고, 검색의 과정에서 쉽게 '딴 길'로 새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한 중요하거나 꼭 찾아보고 싶은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기는 하되, 의미를 파악한 후에는 다시 책 읽기에 집중한다. 그나마 단어장에 모르는 어휘를 정리하고 싶다면, 책을 그날 읽어야 할 분량, 혹은 한 챕터 정도라도 다 읽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단어 정리를 꼼꼼히 하지 않았다고 해도 크게 마음 쓸 필요는 사실 없다. 모르는 단어를 다 정리한다고 해도, 그 단어를 다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원서를 읽으며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스킵하기, 유추하기, 찾아보기’ 스킬을 적절히 활용하며 중국어 원서를 읽는 맛을 한 번 느껴보자. 너무 많은 단어를 '그때그때' 찾아보거나, 단어를 정리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아무리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라도 부담을 덜어내고,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고 재미를 느끼며 책 읽기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