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197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의 관람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A~D로 나눠진 시간대 중
하나를 선택해 예약을 하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1시간 반으로 정해진 각 시간대에
30명까지만 예약을 받고
10명은 당일 입장이 가능하게 남겨 두어
총 입장 가능한 인원을 4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굉장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아치형의 터널이
지하의 세계로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책장이 둘러쌓고 있는데
건축 설계를 맡은 쿠마 겐고는 터널로 들어가면
신비한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책이 둘러싸고 있는 터널로
위쪽의 책은 꺼내 보기 힘들지만
실용성보다는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계단은 자유롭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곳은 여러 관련 서적이 테마 별로 배치되는데
그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안에 등장하는
다른 작가의 서적들도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지하는 카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은 예약을 하지 않고도 입장이 가능하다.
카페에는 젊은 시절 하루키가 운영했던
재즈 바 [피터 캣츠]에서 실제로 연주했던
그랜드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고,
이탈리아에 있을 때 사용했던 와인 자국이 남은
커다란 테이블도 있다.
은근 사람들이 와인 자국이 있는
그 자리를 노리던데
다음번에는 나도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서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유리창을 통해 밖에서 안을 구경하도록 되어 있다.
책과 레코드판이 양 벽면에 꽉 차 있는 풍경이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작가의 일상을 상상하게 해
보고만 있어도 에너지가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서재의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이 카페의 최고의 매력이다.
와세다 대학의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카페는 도넛과 커피도 아주 맛이 좋았다.
다음은 지하에서 1층으로.
1층은 온전히 하루키의 작품으로 채워져있다.
1층 구석 벽에는 작가 연보가 있는데
책장에 책을 꽂은 것처럼 작성되어 있어
한 권 한 권 들여다보는 것 느낌이 은근 재밌다.
직접 번역한 작품들부터
전 세계에 번역되어 있는 작품들까지
데뷔부터 지금까지 연도별로 진열해 놓았는데
한 쪽 면은 진열장에 전시를 해 두었고
한 쪽 면은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해두어
각 나라별로 표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적인 공간 오디오 룸.
오디오 룸에서는 재즈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레코드판은 전부 작가의 기증품이다.
나는 오디오 룸에서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으며
작은 사치를 즐겨보려 했지만
기분이 들떠 있어 그런지
전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역시 처음 방문해서
여유롭게 책을 보는 것은 무리였다.
재즈를 들으며 진짜 라이브러리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아마도 서너 번은 더 온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보며
내가 아는 하루키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실감하기도 했지만,
반면 하루키스트가 될 수 있는 잠재력도
발견한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하루키스트에게는 더없이 흥분되는 공간일 것이고
앞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아가고픈
사람들에게는 너무 흥미로운 공간일 것이다.
책을 한 권씩 완독할 때마다 와도 좋을 것 같고
비가 내리는 날 불쑥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마음이 동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생각하니
아주 오랜만에 도쿄에 살고 있는 게
조금 행복하게 느껴진다.
참, 2층에서는
[재즈와 문학]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피터 캣츠] 때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사용했던 의자도 전시되어 있고
관련된 책들도 소개되어 있어
잊고 있었던 내용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아 것도 좋았다.
요건 세월이 느껴지는 [피터 캣츠]의 성냥.
전시회는 재즈가 일본 문학에 젖어든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꽤 유익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
https://www.waseda.jp/culture/wi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