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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덴[叡電]을 타고 루리코인[瑠璃光院],

교토 여행,

by 우사기

봄 가을,

일 년에 딱 두 번만 공개한다는

루리코인에 다녀왔다.

루리코인은

가을 단풍의 명소지만

푸르름 가득 찬 봄 풍경

역시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어느 햇살 화창한 날,

데마치야나기역에서

에이덴[에이잔덴샤]을 타고

야세히에이잔구치역으로 향했다.

가을의 루리코인은

한두 시간의 웨이팅이 보통이라지만

그래도 봄은 가을보다 여유로웠다.

돌계단으로 이어진

자그마한 문을 따라 걷는 길에는

향기로운 풀 내음으로 가득했고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는

서서히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진 환상의 풍경,

그 어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것 같은

신비로운 정원이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 감탄사에 휩싸여

사람들은 한결처럼 셔터를 눌렀고

그리고 곧 깨닫는다.

절대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풍경임을.

빛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비현실적인 녹색 숲,

그 아름다움은

여지없이 가을을 연상하게 했다.

교토를 다시 찾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루리코인을 나와서는

루이 이카루 미술관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루리코인의 입장권을 구매하면

미술관 관람권을 함께 주는데

코스가 꽤 괜찮다.

루리코인으로 향하던 길에

길을 잃어 알게 된 어떤 이와

미술관 앞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는

루리코인의 감상을 함께 나눴고

미술 관람을 함께 했으며

또 함께 에이덴에 올랐다.

에이덴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 주었던

여행길에서의 짧은 만남,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만남이

루리코인에 또 다른 색을 입혀 주었다.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듯

데마치야나기역으로 돌아온 나는

카모가와로 향했다.

살짝 들뜬 마음이

강가에 앉아 소소한 피크닉이라도

라고 자꾸만 붙잡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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