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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白川]를 따라,

교토 여행,

by 우사기

히가시야마[東山] 역에 내려

헤이안진구[平安神宮]로 향하는

곧바로 뻗은 길이 아닌

한 편 뒷길 시라카와를 따라 걸었다.

의도한 루트는 아니지만

시라카와를 따라 걷는 길이 너무 좋아

좁다란 강을 사이에 두고는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한참을 그렇게 산책을 즐겼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에서는 뜻밖의 것들에

마음이 흔들린다.

헤이안 진구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사사메유키[細雪 세설]가 떠오른다.

네 자매가 매해 봄이 오면

하나미[花見]를 위해

헤이안 진구를 찾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된 헤이안 진구의 사쿠라가,

그리고

교토에서 그 장면을 연상하던

또 다른 소설들이 생각난다.

아직도

하나미 시즌의 교토를 경험하지 못한 나는

헤이안 진구에 오기 전

수없이 하나미 풍경을 상상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하나미 풍경은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끝없이 푸른 하늘만에 맞닿은

예상보다 훨씬 더 웅장한 헤이안 진구만이 있을 뿐.

사실 하나미 풍경을 미도리 속에서

재현하려는 자체가 무리긴 하지만.

아무튼,

머릿속에 그리던 소설 풍경은

봄 여행의 즐거움으로 곱게 접어두는 걸로.

진구[神宮]건 오테라[お寺]건

정원으로만 들어오면

가을 생각이 나는 건지

충분한 아름다운 5월의 교토에서

자꾸만 가을로 봄으로 샛길로 빠지는 나,

그런 내게 여름을 알리는

자그마한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라무네,

5월의 교토에서

먼저 느끼는 여름의 맛이랄까.

정원 중간쯤 어디

차를 마시는 휴식 공간에서

나는 라무네를 손에 쥐었다.

그러고 보니

한 여름의 교토도 아직이다.

이제는 익숙한 듯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지의 풍경이 많은 교토.

언젠가

다시 일본에서 머물 시간이 주어진다면

교토의 여행이 아닌 일상을 즐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며

라무네를 마시며

그렇게 헤이안진구를 돌았다.

돌아가는 길은

다시 시라카와 쪽으로 택했다.

역시,

좁다란 강을 따라 걷는

교토의 잔잔한 산책이 좋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리고

그 강가에서 만난 자그마한 레스토랑.

왠지 혼자가 아닌 둘이 가고 싶은,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2층 레스토랑은

사쿠라가 활짝 핀 어느 봄날을 그리며

기억 속에 잘 챙겨 두기로 했다.

물론

헤이안진구의 하나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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