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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고 서점을 들렀다 강가에서 쉬어가는..

교토 여행

by 우사기

Toka[冬夏]


한적한 주택가에서 만난 고 민가,

갤러리와 다실이 함께하는

아주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교토의 서점에서 발견한 어느 에세이,

그 책의 첫 장에 나와있는 곳이었지요.

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던 그분이

책의 한 장면처럼 정성스레 차를 내려주셨습니다.

명상의 시간이라 할까요..

아무도 없는 다실을 혼자 독차지하고는

그렇게 차와 공간을 즐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케이분샤[恵文社]


서점 창문에는

키키키린 상과 남편인 우치다유야 상의

젊은 시절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나이가 드신 키키키린 상의 모습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살짝 놀라운 사진이지요.

케이분샤,

한적한 동네의 조용하고 작은 서점이지만

문을 여는 순간 특별한 세상이 펼쳐지는

아주 멋진 곳이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

그다음 스케줄은 접어두고

진열된 책들을 천천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책장에 나란히 꽂힌 책 제목만 읽어내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작은 서점이라고 했지만,

실은 서점의 크기도 책의 배치도 아주 적당해서

서서 책을 뒤적이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왜 이제서야 이곳을 찾은건지

작은 후회를 하며 보낸

이 번 교토여행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카모가와[鴨川]


날이 너무 좋아 강가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갔습니다.

적당한 바람과 햇살에 흠뻑 젖어있는데

나의 오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와 나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아주 가끔 안부를 주고 받으며

아주 가끔 지난 시절을 추억합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어느 시절의

조금은 겹치고, 또 조금은 다른 기억들을

그렇게 잠시 뒤돌아보았습니다.

친구는 그 시절의 나를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때의 내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나와

친구가 기억하는 내 모습의

묘한 거리감이 은근 재미납니다.

아주 가끔이긴하지만

같은 시절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좋습니다.

어느 날 좋은 교토의 강가에서

그렇게 잠시 옛 추억을 곱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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